달아오른 ‘애플카 협업설’ 일단 냉각… 업계 “전기차엔 협력 여지”

김도형 기자 , 이건혁 기자 , 김자현 기자 입력 2021-02-09 03:00수정 2021-02-09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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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자율차 협의’ 선그어
현대자동차그룹이 8일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연초 자동차 업계와 주식 시장을 술렁이게 했던 ‘현대차그룹-애플 협업설’은 당분간 수면 밑으로 가라앉게 됐다. 두 회사의 협력이 가까운 시일 안에 가시화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게 업계와 시장의 평가다.

하지만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협력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이은 보도로 두 회사 모두 민감해진 상황에서 협력을 부정하는 발표가 나왔지만 추후 개발 및 생산 협의를 재개할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 자율주행차 협력 선 그은 현대차…‘하청 우려’
1월 초 애플 협력설이 제기된 뒤 현대차그룹이 이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2024년까지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양 사가 협의를 진행 중이라거나, 기아의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이 이뤄질 것이라는 내용까지 외신 등에서 연이어 보도됐다.

업계에서는 협상에서 엄격한 비밀주의를 원하는 애플이 이에 난색을 보이며 협상판을 흔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업계에서 1년에도 수천 건의 전략적 제휴가 시도되지만 마무리되기 전에 밖으로 알려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애플이 아니라 다른 기업이었더라도 원활한 협상은 어려웠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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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애플의 하청업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십 년간 세계 곳곳에서 ‘현대차’ ‘기아’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를 이어왔다. 개발 및 생산 과정에서 주도권을 잃고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처럼 애플의 을(乙)이 되는 선택을 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위탁 생산 시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애플이 엄격한 비밀주의와 일방적인 관계 설정으로 협력 기업과 마찰을 빚은 건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17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 매출 비중 90%에 이르는 오디오 기술 공급사 포털 플레이어가 2005년 애플의 일방적 협력 파기로 매각된 사례를 다뤘다. 이 회사 대표가 애플과 강력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힌 지 불과 4개월 만에 협력이 중단되면서 회사 가치가 급락했다.

애플은 아이폰을 공급할 때도 각국 통신사들을 상대로 비밀주의와 압박 전략을 펴며 상대했다. 당시 애플은 ‘1국가 1통신사’에만 공급한다는 전략을 통해 통신사로부터 가장 유리한 조건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광고 마케팅비나 수리비를 통신사가 부담하게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 “불씨 완전히 꺼지진 않았다” 분석도
현대차그룹이 8일 애플과 자율주행차 개발 협의 중단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애플 협업 소식에 최근 매수세를 이어오던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현대차·기아와 애플의 ‘애플카’ 협력설이 나온 지난달 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약 한 달간 현대차와 기아 주식 약 1조7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들이 사들인 기아 주식은 862만 주(7987억 원)다. 기아 전체 상장 주식의 2%를 차지하는 규모다. 현대차 주식도 354만 주(9157억 원)를 순매수했다. 두 종목에 대한 순매수액은 이 기간 개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21조2546억 원)의 8%에 이른다. 개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이 기간 기아 주가는 6만3000원에서 10만1500원으로 61.1% 상승했고 현대차도 20만6000원에서 24만9500원으로 21.1% 올랐다.

업계에선 ‘애플카’를 둘러싼 협력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애플과 협의를 진행하지 않는 분야를 ‘자율주행차량 개발’로 국한했다. 자율주행차 개발 외에 단순히 생산에서 협업하거나 전기차에서 협력할 가능성은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날 공시 이외의 추가 언급은 일절 내놓지 않았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차가 단기간에 현실화하기는 어려운 점을 들어 현대차그룹과 애플이 전기차 분야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봤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전기차, 커넥티드카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에는 여운을 남겼다”며 “애플도 일본 등 다수 국가의 기업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 발표가 업계와 시장의 과열된 관심을 식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애플과의 협력 기대감으로 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는 점을 우려하는 기류가 없지 않았다.

김도형 dod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이건혁·김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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