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창고-재고-트럭 없이… 북미 장악한 ‘식료품 배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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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33조원 ‘인스타카트’
미국-캐나다 점포 4만곳과 제휴… 실시간 정보로 재고 정확도 90%
5500곳 넘는 도시서 서비스… 작년에만 350억달러어치 배송
동네마트 등 전단지 프로모션도 온라인 옮겨와 매출 15% 차지해

북미 최대 식료품 배달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인스타카트는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각 가정에 약 350억 달러어치의 식료품을 배송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인스타카트의 기업가치가 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스타카트 제공
북미 최대 식료품 배달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인스타카트는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각 가정에 약 350억 달러어치의 식료품을 배송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인스타카트의 기업가치가 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스타카트 제공
전 아마존 물류담당 IT 엔지니어인 아푸바 메타가 2012년 창업한 인스타카트는 ‘식료품 업계 우버’로 불리며 미국을 대표하는 북미 최대 식료품 배달 서비스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1시간 내 배송’을 내걸고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대부분 지역에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인근 식료품점의 상품을 선택하면, 인스타카트 쇼퍼가 고객 대신 장을 봐서 집으로 가져다준다. 고객 지향적인 서비스 덕에 아마존의 ‘아마존 프레시’를 누르고 북미 최대 식료품 배달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인스타카트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월 2호(313호)에 실린 관련 기사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급성장한 성공 요인

인스타카트의 성장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욱 확대됐다.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지난해 3월, 인스타카트의 식료품 주문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0% 넘게 증가했다. 이에 인스타카트는 2020년 3월 20만 명이던 쇼퍼를 그해 5월 기준 50만 명으로 늘렸다. 팬데믹 발생 두 달 만에 30만 명이 넘는 쇼퍼 인력을 충원한 것이다.

업계에선 인스타카트가 2020년 한 해 동안 미국과 캐나다 각 가정에 배송한 식료품이 약 350억 달러어치에 달할 것으로 본다. 투자업계에선 올해 기업 공개에 나설 예정인 인스타카트가 300억 달러(약 33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스타카트의 주요 성공 요인 첫 번째는 창고·재고·트럭이 없는 3무(無) 전략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과거 사례들이 이 같은 전략 결정에 참고가 됐다. 예컨대 실리콘밸리에서 2001년 파산한 온라인 슈퍼마켓 웹벤은 미국 주요 26개 지역에서 동시에 대형 물류센터 건설을 추진하다 투자금을 모두 소진했다. 여기서 교훈을 얻은 인스타카트는 창고와 같은 유형 자산을 사들이지 않았다. 고객과 식료품점, 쇼퍼를 IT로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만 함으로써 오히려 서비스 지역을 빠른 속도로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 인스타카트는 현재 5500개가 넘는 미국 및 캐나다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성공 요인 두 번째는 온라인 전환을 고민하는 다양한 유통업체와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인스타카트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오랫동안 장을 봐온 식료품점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필요에 따라 최소 두 곳 이상의 식료품점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홀푸즈마켓은 미국 전역에 매장이 있는데 이를 인수한 아마존의 시장 점유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인스타카트와 파트너십을 맺은 유통업체는 대형사인 월마트를 포함해 500곳 이상이다. 점포 수로는 4만 개가 넘는다. 이 같은 파트너사의 다양성은 인스타카트가 시장을 선점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셋째는 재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쇼퍼들이 실제 매장에서 전달하는 정보를 즉각 활용했다는 점이다. 인스타카트 앱에서는 매장 직원들이 보내온 재고 정보가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간혹 발생했다. 앱에서 재고가 있다고 해서 주문이 들어갔는데, 실제 매장에 없다면 쇼퍼는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고객은 원하는 것을 사지 못해 실망하게 된다. 실제 매장을 방문한 쇼퍼가 보내온 재고 정보를 적극 활용한 덕분에 인스타카트가 자체 평가한 재고 정확도는 올 1월 기준, 90% 이상이다.

넷째는 코카콜라, 유니레버 등 포장 소비재 제품의 온라인 프로모션 서비스를 ‘제3의 매출원’으로 발굴했다. 고객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온디맨드 비즈니스’는 고객이나 파트너사로부터 얻는 수수료가 주된 수익원이다. 반면 인스타카트는 포장 소비재 브랜드들이 동네 마트의 전단지 등을 통해 진행하는 프로모션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인스타카트의 전체 매출에서 이와 같은 포장 소비재 제품의 매출 비중은 15%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000개가 넘는 포장 소비재 브랜드가 인스타카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 앞으로의 과제는

북미 전역에서의 성공과는 별개로 해결해야 할 숙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인스타카트의 일부 쇼퍼는 노동 처우 개선과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는 안전 조치를 사측에 요구하며 두 차례 파업 시위를 벌였다. 인스타카트의 쇼퍼는 회사에 고용된 직원이 아니라 한국의 택배 기사와 같은 개인사업자다. 고객 주변에 대기 중인 쇼퍼에게 인스타카트가 고객들이 지불하는 팁을 포함한 예상 수익을 제시하면 쇼퍼가 이를 수락해 업무가 체결된다. 그러나 몇 건의 주문을 거절한 쇼퍼에게는 알고리즘이 신규 주문을 제안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수익이 낮은 주문도 수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일부 쇼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쇼퍼가 가져가는 수익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트에서 좋은 재료를 골라내는 쇼퍼의 쇼핑 능력 등 장보기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료품 배달 업계 신규 경쟁자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지금, 이 같은 과제를 현명하게 해결해야 인스타카트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그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뉴욕= 강지남 DBR 객원기자 jeenam.kang@gmail.com

정리=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북미#식료품#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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