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전격 교체…‘대가 치를 것’ 김여정 독설 영향 미쳤나

이태훈 기자 입력 2021-01-20 11:58수정 2021-01-2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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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된 외교 실책에다 美 바이든 행정부 출범도 감안
20일 개각으로 물러나게 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교체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원년 멤버로서 그간 외교부의 잇따른 기강 해이와 실책에도 불구하고 여러 고비 마다 위기를 넘기며 유임돼온 강 장관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개각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강 장관의 “북한스럽다”는 말을 트집 잡아 ‘강경화의 망언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취지로 발끈하는 담화를 낸 것이 강 장관 교체에 영향을 미쳤을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외교장관 교체에 대해 “강 장관이 최초 여성 외교부 장관으로 3년 이상 재임하며 장기 부임했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등 주요국 행정부의 변화가 있다”며 “여기에 맞춰 외교라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외교 전열을 재정비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이 4년 가까이 외교 수장으로 일한 데 따른 피로감이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대북 접근법을 예고해온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핵 문제 등 대북 정책의 전면 수정을 앞두고 있는 국제적 상황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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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은 당초 이번 연초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그의 교체가 전격적인 것으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그간 외교부의 누적된 실수와 구설수 탓에 강 장관 교체를 더는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 또한 오래 전부터 청와대에 사퇴 의사를 밝혀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2018년 문재인 대통령 체코 방문 당시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라고 공식 영문 트위터에 잘못 적었다. 2019년에는 ‘발트 3국’을 ‘발칸 3국’으로 잘못 쓴 영문 보도자료를 냈다가 주한 라트비아대사관의 항의를 받고 수정했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을 남부유럽에 있는 ‘발칸’으로 표기한 것이다. 또 같은 해 한국과 스페인 외교 차관급 행사인 ‘한-스페인 전략 대화’에서 구겨진 태극기를 거는 의전 실수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뉴질랜드 주재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을 어물쩍 넘기려다가 뉴질랜드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정상 간 전화 통화에서 이 문제를 거론해 국제적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외교부는 지난해 말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한 강 장관의 CNN 인터뷰 내용을 오역했다가 정정하는 해프닝도 겪었다. 과거 전단 살포 후 북한이 고사포를 쏜 사례를 강 장관이 든 것에 대해 CNN 앵커가 “그런 대응을 하다니 정도가 심한 것 같다”고 말한 것을 “전단 살포나 북측 발포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고 앵커가 전단 금지 취지에 공감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게 오역을 한 것이다.

잇따른 의전 실수 외에도 대외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강 장관이 정부의 민감한 대북·외교 현안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기도 해 ‘그림자 장관’이란 평가를 듣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북한의 한국 공무원 사살 사건 직후 강 장관은 국방장관과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여하는 청와대 안보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공무원 피살 사실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 정도로 핵심 정보에서도 소외됐다.

무엇보다 외교가와 정치권에서는 북한 김여정이 강 장관을 콕 찍어 독설을 퍼부은 것이 이번 개각에 영향을 준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강 장관은 지난해 12월 5일 바레인에서 열린 중동지역 다자안보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 조금 이상한 상황”이라며 “코로나로 인한 도전이 북한을 ‘북한스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실과 동떨어지고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북한의 ‘코로나 확진자 제로’ 주장을 정확하게 평가한 것이다.

그런데도 김여정은 사흘 뒤 ‘강경화의 망언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라는 담화에서 “강경화가 우리의 비상방역 조치들에 대해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들었다”며 “(발언에 대해) 아마도 정확히 계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협박성 주장을 했다. 북한에서 ‘계산’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어서 김여정의 담화 직후 북한이 보복성 대남 도발에 나서거나 강 장관이 개각에서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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