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出禁은 장관 권한, 부차적 논란”… 檢내부 “법치 부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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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불법출금 논란’ 갈등 확산

“법무부 장관은 직권으로 출국금지 권한이 있다. (최근 불법 출국금지 논란은) 부차적인 논란에 불과하다.”

법무부는 16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논란에 대해 “당시 박상기 장관이 검찰 요청 없이도 충분히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할 수 있었다”며 “검사가 긴급 출국금지 서류를 조작하는 등 절차를 어겼다는 의혹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냈다. 결론에 문제가 없다면 과정은 부차적이라는 취지의 법무부 입장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 “절차적 정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반발이 일고 있다.

○ 장관 직권으로 출금 안 한 경위 설명 없어

법무부는 16일 A4용지 4장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이 검사의) 긴급 출국금지 요청이 없었다면 법무부 장관 직권으로라도 했을 것”이라며 “(출국금지를) 하지 않았더라면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가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실제로 2013년 수사기관의 요청이 없었지만 장관이 직권으로 출국금지한 전례도 있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해 황교안 장관이 피의자도 아닌 참고인에 대하여 장관 직권으로 출금조치를 한 바 있다”고 거들었다.

법무부 장관은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해선 안 되는 사람’에 대해 최대 1개월 동안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3년 이상의 징역형과 금고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중범죄자 등에 한해 상황이 긴박한 경우 직접 긴급출국금지를 신청할 수도 있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23일 출국을 제지당할 당시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아니었다. 앞서 두 차례 검찰 조사는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별장 성접대 의혹’ 진상조사를 하고 있었지만 강제 수사권이 없어 김 전 차관에 대해 출국금지를 신청할 수 없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관할 검찰청이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게 정상적인 절차였지만 당시 김 전 차관의 해외 도주 가능성이 제기되던 긴박한 상황을 고려하면 법무부 장관이 직권으로 출국금지를 하는 게 유일한 합법적 방식이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은 이규원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검사가 요건과 절차에 맞지 않게 긴급출금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는 박 장관이 김 전 차관에 대한 직권 출금을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채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당시 박 장관 직권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이 검사가 서울동부지검장 결재 없이 ‘서울동부지검장 代 이규원’이라고 서명해 긴급출국금지 요청서를 접수시키는 등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위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았다.

○ “법무부가 법치주의 부정하며 물타기”

추 장관은 16일 검찰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대해 “언론을 통해 여론몰이를 먼저 한 다음 커다란 불법과 조직적 비위가 있는 사건인 양 사회적 관심과 주목을 형성한 후 수사의 불가피성을 내세우는 전형적인 ‘극장형 수사’를 벌이려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 과거사위원회 위원이었던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페이스북에 “보복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시기는 생각보다 빨랐고 대상 사건이 검찰 치부인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이라니 놀랐다”고 주장했다.

검찰 내부에선 “법무부가 ‘법치주의’를 부정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법무부의 주장은 적법 절차를 밟지 않고 사람을 체포한 뒤 ‘애초 검사가 긴급체포권을 갖고 있으니 문제없다’고 우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수사 권한이 없는 이 검사가 ‘가짜 내사번호’를 만들어 긴급출국금지를 신청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라며 “그런데 법무부는 핵심을 비켜 가 ‘장관의 직권 출국금지 권한’을 논하면서 ‘물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김학의#법무부#불법출금#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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