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식사’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1-16 03:00수정 2021-01-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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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식량위기 해결 위해 제초 로봇부터 공중재배까지
진화하는 농작물 생산법 소개
세포 배양으로 만든 고기 등 기술혁신 통한 미래 음식 제시
실내에 설치한 스마트 농장에선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사람의 손길을 덜어준다. 특정 용도에 맞는 ‘설계형’ 작물 재배도 가능하다. 국내 한 스마트 농장에서 외부 물질 침투를 막기 위해 방호복을 입고 모종을 배양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 아만다 리틀 지음·고호관 옮김 436쪽·2만 원·세종서적
“비행택시로 출퇴근하고 벽걸이 TV가 거실을 영화관으로 만들고, 무선으로 화상통화를 하고, 알약으로 식사를 대신한다.”

반세기 전 흔히 보던 미래 예측 기사다. 일부는 실현됐지만 알약이 식사를 대신하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식사, 음식, 식재료와 그 생산 과정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저자는 11개국을 다니며 세계 식량 시스템에 일어나는 변화를 살핀 뒤 이를 묶어 냈다.

인류의 곳간에 가장 큰 위협은 기후변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0년마다 세계 농작물 수확량이 2∼6%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식량 생산 과정에서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5분의 1이 발생한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가 관찰한 변화들은 대부분 실험적이거나 초기 단계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가능성은 고무적이다. 제초 로봇은 제초제 사용을 기존의 10분의 1 이하로 줄여준다. 수직 공중재배 농장은 한계와 위험이 있다. 사소한 고장에도 작물을 망칠 수 있고, 에너지 소비도 큰 편이다. 하지만 수확물의 대부분을 버리지 않고 팔 수 있다. 예전에 채소 재배에 쓰던 도시 교외의 땅들을 자연에 되돌려줄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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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변형작물(GMO)을 다룬 장에서 저자는 유독 조심스럽다. 가장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논쟁도 거센 분야다. 거대 기업 몬산토를 비롯한 GMO의 대변자들이 새로운 시장을 얻어 통제하려 한다는 ‘농업 제국주의’ 관점의 비판도 가감 없이 소개한다. 그러나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력 높은 GMO 도입은 가난한 신흥국들에선 선택을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GMO가 살충제 사용량을 줄이는 건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GMO 세균으로 만든, 인간에게 무해한 살충제가 기존 농약을 대체할 수도 있다. 저자는 기술을 무작정 독(毒)이나 만병통치약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과거의 경험과 발달하는 기술 양쪽에서 지혜를 빌리자고 제안한다.

원제는 ‘The fate of Food(식량의 운명)’이다. 번역서 제목의 ‘식량위기’는 책 앞부분에, 원제에 담긴 미래상은 뒷부분에 주로 담겼다. 미래 음식을 다룬 13장은 많은 부분이 이미 뉴스를 통해 전해진 내용이지만 여전히 흥미롭다. 콩의 유전자를 삽입한 효모로 헤모글로빈(동물 피의 주성분)을 만들어 합성 식물고기와 결합하면 그럴싸한 고기 맛을 재현할 수 있다. 세포 배양을 통한 고기 생산이 저렴해지는 날에는 이조차 필요 없어질 것이다.

곤충이 미래 식량의 주역이 된다면? 곤충은 소고기보다 단백질이 많고 지방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곤충 기르기는 소 사육에 비해 물을 1000분의 1밖에 사용하지 않고 온실가스는 1%만 배출한다. 플랑크톤도 지구상에 막대한 양이 있다. 특유의 냄새가 불만이지만 냄새가 없는 종만 다량 증식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들이 언젠가는 인류의 단백질 공급에 많은 부분을 떠안을 것으로 저자는 내다본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알약 식사#식량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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