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먼저 걸릴라” 서울역 임시진료소 영하 10도 칼바람 속 1시간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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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15일 14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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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료 선제검사를 받기 위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0.12.15 / © 뉴스1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료 선제검사를 받기 위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0.12.15 / © 뉴스1
임시선별진료소 설치 둘째 날도 장사진이었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료 선제검사를 받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인파는 진료소 측에서 설치한 60m 길이의 빨간 대기선 3줄을 꽉 채우고도 부족할 정도였다. 이른 시간인데도 100여명은 돼 보였다. 이날 서울 최저기온은 영하 10.9도. 살을 에는 맹추위에도 시민들은 패딩과 장갑, 모자로 온몸을 감싼 채 순서를 기다렸다.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연령대는 다양했다. 20~30대 청년부터 70~80대 노인층까지 있었다.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온 시민, 군복을 입은 군인도 눈에 띄었다.

근처 회사에서 나왔다는 30대 남성 A씨는 “같은 회사는 아닌데 건물 3층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나왔다고 해서 동료랑 같이 검사를 받으러 왔다”며 “별다른 증상은 없는데 선제적 검사를 받으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인파가 몰린 탓에 대기선 끝에서 임시선별진료소 입구에 닿기까지 약 1시간이 걸렸다. 추위에 떨던 시민들이 몸에 열을 내기 위해 제자리에서 팔벌려뛰기를 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미처 귀마개를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은 장갑 낀 손으로 빨갛게 언 귀를 부여잡고 있었다.

막 진료소에 들어갈 준비를 하던 20대 남성 B씨는 “오전 9시30분부터 와서 기다렸다”며 “생각보다 대기시간이 긴 것 같다”고 몸을 떨었다. B씨가 진료소에 들어간 시간은 10시20분이었다.

검사는 일렬로 늘어선 4개의 천막 아래에서 총 6단계로 진행됐다. ‘소독→역학조사서 작성→검사라벨 작성→검체키트 수령→검체 채취→손소독 후 귀가’ 순이었다. 4단계 ‘검체 키트수령’ 단계에서 받은 기다란 면봉과 채취 용기를 의료진에게 건네면 의료진이 직접 시민들의 코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익명검사 방식이 도입된 덕분에 시민들은 전화번호와 성별만 적으면 신분증이 없이도 검사를 이용할 수 있었다. 임시선별진료소 운영 첫째 날인 14일 일부 진료소에서 시민들에게 안내도 없이 신분증을 요구한 것과는 달랐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무료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근처 공사장에서 일하는 50대 남성 C씨는 “1시간 정도 기다려서 검사 받았다”며 “추워도 국가에서 무료로 해준다는 데 기다려서 받으니까 좋다”며 웃어보였다.

다만 운영 둘째 날에도 문제점은 있었다. 시민들은 방역당국 안내와 달리 검사법을 선택할 수 없었다.

현장에서는 10명 중 10명의 시민들이 ‘비인두도말PCR’을 받고 있었다. 비인두도말 PCR 검사는 콧속 깊숙이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표준검사법이다. 검체 채취통에 침을 뱉으면 검사가 종료되는 타액 PCR 검사와 결과를 30분~2시간 내 받아볼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시민은 없었다.

앞서 방역당국은 비인두도말 PCR 검사와 타액 PCR 검사, 신속항원검사 3가지 검사법 중 검사자가 원하는 검사를 택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의료진은 “뉴스에선 3가지 검사방법이 된다고 나오긴 하는데 우리는 비인두도 PCR과 신속항원검사만 가능하다”며 “그런데 신속항원검사를 받아도 (양성이 나오면) 어차피 또 비인두도말 PCR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그냥 비인두도말PCR을 받아라”고 안내했다.

14일 용산역 앞 잔다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았을 때도 의료진은 “오늘은 비인두도말 PCR만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대기 동안 추위를 피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근처 회사에 다닌다는 30대 여성 C씨는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 50분 정도 기다렸는데 오히려 감기에 걸릴 것 같다”며 “(대기줄 근처에 있는) 실외 난방기도 사실 효과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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