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뚝심 있는 정상외교[기고/이백순]

이백순 전 주호주 대사 입력 2020-12-04 03:00수정 2020-12-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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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순 전 주호주 대사
11월 17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귀국 후 2주간 자가 격리를 감당하면서까지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리를 만난 최초의 외국 정상이 되었다. 일본 방문 계획은 연초에 잡혔다가 코로나로 연기된 사연이 있다. 하지만 굳이 연내 방문을 감행한 것은 호주의 국익을 위해서는 안일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호주는 트럼프 시대의 ‘미국 우선주의’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미국이 수천 마일 떨어져 있는 동맹국 호주를 위해 유사시에 병력을 파견할 수 있을지가 그렇다. 호주는 70여 년간 미국에 전적으로 안보를 의지해 왔고, 동맹 의무를 위해 미국의 모든 전쟁에 동참했다. 하지만 안보를 미국에만 의존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또한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중국이 점차 공세적이고 강압적인 대(對)호주 외교정책을 전개하면서 미-호주 군사동맹과는 별개로 다른 국가와의 연대가 절실해졌다. 호주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구상, 남중국해에서의 자유항행 작전, 그리고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의 쿼드(QUAD) 회의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모리슨 총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이분법 발상에는 반대한다’고 이미 수차 밝혔다. 그럼에도 미-호주 동맹 말고도 다른 국가와 연대하는 보조적인 안전보장 조치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실천한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중국 포위라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종속하는 것이 아니라 호주의 가치 수호를 위한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호주는 판단하고 있다. 모리슨 총리는 ‘호주가 호주이기 때문에 호주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지키는 데 다른 나라가 간섭할 이유가 없다’는 단호함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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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모리슨 총리는 도쿄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호주-일본 양국 병력이 상대국 영토에 배치될 때 법적 문제를 쉽게 풀기 위해 ‘상호접근협정(RAA)’을 조기에 체결키로 하였다. 여기에 상대국의 군사적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에도 합의했다. 이 공동성명을 보고 중국은 불만이다. 양국이 준(準)군사동맹을 맺은 것이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중국은 ‘호주가 중국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양국은 적대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합성사진을 공개하면서까지 호주 군인의 비인도적 행위를 날조한 것도 이런 압박의 하나다.

중국은 호주로부터 수입물량 감축 등 경제 압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수출의 40%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호주로선 작지 않은 타격이다. 그럼에도 호주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 자유항행 등 핵심 가치들이 위협받는다면 호주가 평화 속에 번영할 수 없다는 사실도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뜻 맞는 국가들과 손을 잡는 것을 안보 강화로 판단하며 뚝심 행보를 하고 있다. 모리슨 총리는 “참정치가는 손자 세대의 삶을 걱정하는 사람이다”라는 비스마르크의 말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백순 전 주호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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