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언을 피하는 법[오늘과 내일/서정보]

서정보 문화부장 입력 2020-11-27 03:00수정 2020-11-27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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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정당성 주장하다 엇나가
확증편향 없애고 비교 말아야
서정보 문화부장
“공화당원도 나이키를 산다(Republicans buy Nikes, too).”

30년 전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은 이 한마디로 여론의 비판, 특히 흑인 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1990년 당시 조던의 고향이던 노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하비 갠트가 흑인 최초로 상원의원에 도전하고 있었다. 상대는 인종차별 발언을 해온 공화당 현역 의원 제시 헬름스. 노스캐롤라이나 흑인 사회는 인기 높은 조던이 갠트를 지지하는 연설을 해주길 바랐다. 조던의 어머니도 그에게 갠트를 위한 광고를 찍어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치적 이슈와 거리를 둔 그는 이를 거절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이키의 광고 모델인 그가 “공화당원도 나이키를 산다”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조던의 일대기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에선 당시의 사정이 자세히 소개됐다. 조던은 시카고 불스 구단 버스 안에서 스코티 피펜 등에게 한 말이라고 했다. 사실 ‘난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을 동료끼리 있는 자리에서 재치 있게 돌려 말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일거수일투족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특급 스타 조던이 ‘정치적 입장보단 내 광고 수입이 더 중요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말을 한 것이 ‘역대급 실언’의 반열에 들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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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와 같이 자신의 속마음을 무심코 드러내는 실언은 수준이 뻔한, 낮은 단계(?)의 실언에 속한다. 망언에 가까운 편인데 종종 계산된 망언을 메시지로 던지는 경우는 열렬한 지지자를 위한 일종의 립서비스다. 하지만 진짜 실언은 자신은 분명히 옳은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말 자체로 보면 별로 이상하지 않은데 실언이 되는 경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여당 관계자들의 부동산 발언이 딱 그 경우다.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건 아니다. 저도 거기(강남) 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장하성) “서울을 한강 배 타고 지나가면 저기는 얼마, 저기는 몇 평짜리… 이렇게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이해찬)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진선미) 등이다. 자체로만 보면 별다른 이상을 느끼기 어렵지만 전후 맥락과 화자(話者)의 상황 등을 감안하면 이런 실언이 없다.

아파트 전셋값이 폭등해 불만이 폭발하는 상황에서 ‘임대주택 좋아요’라고 한 것은 제3자가 볼 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지만 화자로선 최대한의 진정성을 담았으리라.

실언은 자기 확신에 따른 정당성을 주장하거나 해명하는 순간 나오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맞는데 억울하다는 심리가 남을 깎아내리거나 과한 논리와 표현을 쓰게 한다. 또 특정 집단이나 지역과 비교한다. ‘꼰대’처럼 자꾸 가르치려 든다.

부동산 취득세와 보유세를 올려 투기를 막고 세입자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임대차 3법을 제정하는 것은 당연한데, 당분간 부작용이 있을 따름이라는 단순한 논리가 불러오는 참화인 것이다. ‘부동산 값 올라서 돈 많이 벌지 않았냐, 앞으로 계속 늘어날 보유세 낼 능력 없으면 지금 집 팔고 저 멀리 싼 집으로 가라’는 실언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자신의 정당성에 대한 확증편향이 심해질수록 실언의 빈도도 더 많아질 것이다.

기본적인 실언을 막으려면 두 가지를 조심하면 된다. 비교하지 마라. 공화당과 민주당, 아파트와 빌라, 젊은이와 노인 등 비교하다가 탈난다. 돈과 결부시키지 마라. 철없고 이기적인 존재로 보인다. 물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자기가 정당하다고 믿는 것이 과연 진짜 합리적인지, 아집에 불과한지 돌아보는 태도다.

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
#마이클조던#실언#임대주택#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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