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림만 해양정원, 생태중심 글로벌 레저관광 트렌드에 적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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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 정책포럼서 사업 전망 분석

국내 최초의 해양정원 조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충남 서산과 태안 해안의 가로림만. 작은 사진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육지에서 관찰이 가능한 멸종위기종 ‘점박이물범’. 서산시·태안군 제공
국내 최초의 해양정원 조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충남 서산과 태안 해안의 가로림만. 작은 사진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육지에서 관찰이 가능한 멸종위기종 ‘점박이물범’. 서산시·태안군 제공
충남 태안과 서산 해안의 가로림만(加露林灣)은 ‘이슬이 모여 숲을 이룬 아름다운 땅’이란 뜻이다. 멋들어진 이름과 달리 이곳은 10년이 넘도록 갈등의 땅이 돼 왔다. 정부가 2006년 조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과 단체들의 찬반 논란으로 얼룩진 탓이다.

하지만 충남도가 2018년 환경 보존에 방점을 두어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자 기대감이 높아졌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난달 13일 대통령 주재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가로림만 해양정원을 해양생태계와 수산자원을 보존하고 이를 통해 온실가스도 감축하는 새로운 해양 보전·활용 모델과 신성장동력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가로림만의 규모는 1만5985ha인데 절반이 갯벌(8000ha)이다. 해안 162km, 유인도서 4곳, 무인도서 48곳으로 이뤄졌다. 세계 5대 갯벌이며 환경보존 가치 1위, 생태 건강도 최상위권의 해양생태 환경을 자랑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육지에서 멸종위기종인 점박이물범을 관찰할 수 있다.

도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2448억 원을 투입해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사업인 해양정원을 자연과 인간, 바다와 생명이 어우러진 글로벌 해양 생태관광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국가해양정원센터 △6대 갯벌정원 및 등대정원 △생태학교 △해양문화예술섬 △가로림만 생태탐방로를 조성하고 람사르 습지 등록과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한다.

이 해양정원은 순천만 국가정원과 서천 국립생태원같이 육지에 한정됐던 ‘정원(garden)’ 개념을 바다로 확장한 국내 첫 사례다. 도 관계자는 “이를 모델로 한 전남도와 경북도의 해양습지정원이 조성되면 전국 해안에 해양정원 벨트가 형성돼 사업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주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20일 도가 개최한 ‘가로림만 해양정원 정책포럼’에서 “사업 추진 여건과 정책 효과 모두 매우 높게 나타나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평가 기준에 부합했다”며 “주민 80% 이상이 찬성하고 조성 기간 직접 고용은 2179명이지만 조성 후에는 훨씬 더 많아진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허성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도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해양생태와 레저관광에 대한 체계적인 투자가 부족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생태 중심의 글로벌 레저관광 트렌드에 매우 적합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도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독일, 덴마크에 걸친 해양생태관광지 바덴해는 연간 8000만 명이 찾는다. 67억 유로(약 8조8758억 원)의 경제 효과와 5만8000명의 고용 효과를 누린다. 독일의 랑어욱섬은 갯벌 복원 이후 독일 내 가장 부유한 섬으로 탈바꿈했다.

도는 해양정원에 예술창작 공간이나 지역특산물센터 등을 마련해 주민 삶의 다양성을 높일 계획이다. 박정섭 충남해양수산총연합회장은 “가로림만은 청정 갯벌에서만 자라는 감태의 주산지이고 바지락과 낙지 등 수산자원이 풍부하다”며 “해양환경 복원으로 어업소득이 크게 늘고 어촌 6차 고부가가치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획재정부는 도와 해양수산부가 정부 사업으로 요청한 이 사업에 대해 예타를 진행 중이다. 양 지사는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 추경호 예결위 간사 등을 만나 해양정원 사업의 예타 통과와 조속 추진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다. 맹정호 서산시장과 가세로 태안군수도 중앙부처와 국회 설득에 나섰다.

양 지사는 “예타가 통과되면 제1호 ‘국가해양정원’ 등록을 위한 해양생태계법 개정에 나서고 내년 곧바로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성일종 국회의원(서산-태안)은 내달 3일 국회에서 가로림만 해양정원 토론회를 연다.

홍성=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가로림만 해양정원#해양 레저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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