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사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강행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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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 방류방안 연내 결정할수도” 한국 반발 의식해 여론전 나서
日 “국제사회 지지… 한국만 반대” 해빙기류에 ‘원전수 방류’ 돌출

주한 일본대사관 고위 당국자가 20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출에 대해 “단언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올해 안에 방류 방안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2022년 여름쯤을 방류 시점으로 상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염수 방출의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오염수 방출에 반대하는 것은 한국뿐’이라는 주장까지 펼쳐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사실상 결정한 상황에서 한국 내 반발을 불식하기 위해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일본이 방류를 공식 발표하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 출범 이후 한일 간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 日 “원전 오염수 방출 한국만 비판” 여론전
이 당국자는 “언제까지 (방류 결정을) 미룰 수가 없다”며 “(결정은 늦어도) 당연히 (내년) 도쿄 올림픽 이전이 될 것”이라며 “(방류 시점인) 2022년은 후쿠시마 원전 부지가 가득 차 오염수를 저장하는 탱크를 더 설치할 수 없는 시기”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말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 방침을 발표하려다가 일본 내 반발에 부딪히자 돌연 결정을 연기했다.

우리 정부가 오염수 방출에 우려를 표시해 온 데 대해 이 당국자는 “모니터링 방침이 있으며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면서도 “(방류) 결정 자체는 주권국가(문제)”라며 방류 여부를 협의할 뜻이 없음도 분명히 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올해 9월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총회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대책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했지만 한국 이외의 나라들에서 그런 발언은 없었다”고도 밝혔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방침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반대 입장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나선 것이다.

그는 “한국의 염려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일본도 국민이 있고 후쿠시마 주민들이 있다. 이들의 생명이나 건강을 해칠 방법을 선택할 리가 없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오염수 방출의 안전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사성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이 장기적으로 배출될 수 있는 문제를 일본 정부가 축소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이는 과학적으로 처리하는 문제이고 지나치게 정치화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국제 관행상 모든 국가가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물의 해양 방출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한국의) 월성 원전도 해양 방출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월성 원전의 배출수를 대규모 방사능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방사성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잔량이 남을 수밖에 없다”며 “일본이 해양 방류를 미루도록 정부가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 “정보공개 요구하겠다”지만 국제공조 난항
정부는 일본에 투명한 정보공개 등을 요구하면서 오염수 처리 상황에 대한 공동조사도 요구할 수 있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오염수 해양 방출 자체를 막아내기 어려워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해 뚜렷한 우려를 나타내는 국가가 많지 않아 이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의 오염수 처리 방식이 우리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보공개를 요구할 것”이라며 “환경 문제를 논의하는 지역 내 다자협의체를 활용해 접근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일본#후쿠시마#후쿠시마 원전#오염수 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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