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을 알수 없는 AI 면접관… 사람보다 까다롭네”

김태성 기자 , 한성희 기자 입력 2020-11-14 03:00수정 2020-11-14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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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면접 시대]
도입업체 430여곳으로 늘어
인적성시험 AI면접으로 대체도
기업들 “비용절감-객관평가 장점”
경남 진주시 경남과학기술대에 설치된 AI 면접 체험부스. 최근 채용 과정에 AI 면접을 도입하는 기업이 크게 늘면서 여러 대학도 취업준비생들의 AI 면접 준비를 지원하고 있다. 진주=뉴시스
“미소가 그렇게 어색하면 이상해 보여요. 인공지능(AI)은 질문에 답변하다가 눈 한 번 아래로 내리까는 것까지 다 잡아냅니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스피치학원.

‘AI 면접’ 수업 수강상담을 위해 촬영한 30초 분량의 자기소개 영상을 돌려보던 학원 관계자는 꽤나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화면 속에서 너무 경직된 미소를 짓고 있는 표정을 가리키며 “긍정적인 에너지가 부족해 보인다.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처음 해본 것치곤 나쁘지 않다”고 다독거렸지만 기분은 씁쓸했다. 많은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대면 인터뷰보다 더 힘든 게 AI 면접”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듯했다.

최근 대기업부터 공기업까지 AI 면접을 도입한 곳이 증가하며 인터넷에선 ‘AI 면접 족보(노하우)’란 것까지 떠돌 정도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채용 과정에 AI 면접을 새로 도입한 곳만 약 130개로, 11월 현재 모두 430개가량 된다. “주변에서 AI 면접 경험이 없는 사람은 찾기 힘들 정도”(대학생 김모 씨)다. 이렇다보니 생경한 AI 면접을 혼자 준비하기 버거워 학원에 상담하거나 수업을 듣는 취준생도 크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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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AI 면접 대거 채택
AI 면접을 채용 전형에 활용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은 거의 대부분 동일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2018년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다스아이티가 개발한 AI 면접 프로그램 ‘인에어(inAIR)’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AI 면접 프로그램을 쓰면 기존 면접관을 섭외하고 면접장을 잡는 등의 과정에 들였던 비용을 5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택한 기업이 많아지면서 AI 면접은 단순한 참고 자료가 아닌 중요한 평가 과정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 채용 절차에서 서류전형 다음에 실시하던 인·적성시험을 AI 면접으로 대체한 기업도 적지 않다. AI 면접 수업을 진행하는 한 학원은 “취준생으로선 이를 통과해야 다음 전형으로 넘어갈 수 있는 만큼 AI 면접 준비가 불가피해졌다”고 전했다.

개발사에 따르면 AI 면접에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1시간이다. 컴퓨터에 달린 웹캠과 마이크를 이용해 진행되는 AI 면접은 크게 ‘성향 체크’ ‘전략게임’ ‘질의응답’ 등 3개 단계로 구성돼 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프로그램이 지원자의 목소리나 표정 등 전반적인 태도를 분석해 호감도를 평가한다고 한다. 전략게임 단계에선 색깔과 일치하는 단어 찾기 등 간단한 게임 수행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지원자의 자극에 대한 반응 패턴을 분석해 ‘직무 적합도’를 평가한다. 질문 항목과 수행해야 하는 전략게임은 어느 곳이든 동일하다.

개발사 측은 “기업과 직무에 따라서 지원자의 특정 반응 패턴에 높은 점수를 주는 식으로 평가가 조정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전략게임에서 조금 실수를 하더라도 빠르게 게임을 수행해 나가는 지원자는 업무에 있어 차분함이 강조되는 직군에 지원한 경우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도전적인 태도가 필요한 직군에선 반대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개발사 관계자는 “정해진 정답은 없다. 동일한 형태의 면접이라도 특정 기업의 AI 면접에선 불합격하고 다른 기업에서는 합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AI 면접의 도입 증가에 크게 한몫했다. 사회적으로 ‘언택트’가 강조되다 보니 자연스레 AI 면접의 인기도 올라간 셈이다. 인·적성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주관적 견해가 배제된 ‘객관적 평가’로 이뤄진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 중견기업 인사담당자는 “AI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기본적 역량을 사전에 데이터를 통해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최종 대면 면접에서는 더 깊이 있는 질문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긍정적 효과”라고 했다.

○ AI 면접 둘러싼 부정확한 정보 많아
반면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AI 면접이 마냥 반갑기만 한 건 아니다. 사심 없는 평가를 해줄 거란 기대도 있지만, 또 다른 준비와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현재의 기술 단계에선 아직 AI를 신뢰하기 힘들지 않으냐는 의견도 있다.

일단 AI 면접은 면접관의 개인적 호불호나 편향에 영향을 받기 쉬운 기존 방식보다 훨씬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취준생 A 씨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가하는 만큼 공정성 측면만 보자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면서 “AI 면접이 더 발전하고 확대되면 채용비리 문제 등도 해결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지난해부터 AI 면접을 도입한 한 기업 관계자도 “채용 과정에서 불거질지 모를 채점자의 자격 시비나 비리 문제 등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올해 본격적으로 구직 활동을 시작한 대학생 장모 씨(25)는 하반기 채용에서 7개 기업에 지원했다. 그 가운데 4곳에서 서류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에게 AI 면접을 요구했다고 한다. 장 씨는 두 업체에서 본 AI 면접에선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나머지 두 곳은 면접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장 씨 주위에서는 AI 면접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고 한다. “카메라 앞에서 혼자 쇼하는 기분이다” “기계가 인간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다” 등이다. 장 씨는 “솔직히 주변에서 접하는 AI 음성인식 프로그램도 오류가 많지 않으냐”며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는 때와 장소에 맞게 복합적인 ‘가치 판단’이 들어가는데 그걸 제대로 평가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취준생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어려움도 있다. AI 면접은 아직 생소한 채용 전형인데도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편이다. 대학생 황모 씨(25)는 “기업의 채용 공고나 AI 면접 응시 과정에서 평가 대상과 기준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1회 90분 수업에 수강료를 20만 원이나 요구하는 학원에 의지하는 이가 늘고 있다. 취업 관련 커뮤니티나 유튜브 등에서 알음알음 주워들은 정보를 공유해 ‘족보’를 만드는 이들도 있다.

문제는 이런 학원에서 제공하거나 취준생이 공유하는 정보들이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동아일보가 서울에 있는 몇몇 학원에서 상담을 받아봤더니 공통적으로 “긍정적인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 AI 면접 평가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개발사 측은 “AI 면접에서 답변 내용은 평가 대상이 아니다. 당연히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가도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취준생 김모 씨(25)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최근 치른 AI 면접에서 한 시간 내내 ‘억지 미소’를 짓느라 곤욕을 치렀다. 한 유튜브 영상에서 ‘전략게임을 수행하는 동안에 어떤 표정을 짓는가도 평가 대상’이라는 정보를 접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론 질의응답 과정과 달리 전략게임에선 지원자 표정은 평가 대상이 아니다. 김 씨는 “주변에서 AI 면접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달라 무엇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답답해했다.

개발사는 AI 면접은 ‘누가 더 잘하나’가 아닌 ‘누가 더 직무에 적합하나’를 보는 것이라 학원에서 가르치는 요령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개발사 관계자는 “학원가나 인터넷에서 ‘어떤 말을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식의 부정확한 정보가 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앞으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취준생들에게 평가 대상과 기준에 대한 정보들을 더 적극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 아직 한계 뚜렷해… 개선책 마련해야
취준생들이 우려하는 대목이 어느 정도 사실인 측면도 있다. 아직까지는 AI 면접의 한계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I 면접 프로그램은 지원자의 답변 내용까지는 분석하지 못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질문에 맞지 않는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하더라도 표정이나 목소리 등이 적절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개발사 관계자는 “물론 기업이 지원자 답변 내용을 평가하기 위해 영상을 돌려볼 수 있으니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AI 면접 프로그램의 구직자를 평가하는 알고리즘이 공개되지 않고 ‘블랙박스’로 남는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지난달 2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와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등은 “업체의 비밀” 등을 이유로 채용 과정에 도입된 AI 알고리즘에 관한 정보공개를 거부한 공공기관 13곳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민변 등은 “지원자는 물론이고 채용의 주체인 공공기관마저 그 결정 이유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의한 채용 절차가 과연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 이르는 AI 프로그램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은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인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투명성 문제에 있어서는 알고리즘 전체를 공개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각 기업들이 인재상을 공개해 온 것처럼 ‘어떤 기준으로 뽑는다’ 정도의 알고리즘 얼개는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구글-GE,AI전담팀 만들어 인사 평가에도 활용 ▼
“인공지능(AI)으로 채용 감독관을 대체한 결과, 2018년 1년 동안 수십만 파운드와 10만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유럽 소비재 기업인 유니레버는 지난해 10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AI 면접을 이렇게 평가했다. 2016년 AI를 채용에 도입해 연간 100만 명에 이르는 지원자들을 최종면접 전까지 AI의 평가로만 거른다고 한다.

국내에서 AI를 채용 면접에 활용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이 늘고 있지만, 해외에선 채용과 인사평가 등 전반적인 과정을 AI에 맡긴 곳도 드물지 않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2017년 5월 “합격, 불합격을 판정하는 데 AI가 사람보다 60배 빠르다”며 IBM의 AI ‘왓슨’을 신입사원 서류 심사에 도입했다. 이후 면접 등으로 빠르게 활용해 나갔다. 구글과 제너럴일렉트릭(GE), 셸 등에선 최근 인사 부문(HR)에서 AI 알고리즘으로 직원과 지원자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별도 팀이 생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따라 국내에서도 채용과 인사 관리 등에서 AI의 쓰임이 늘어날 걸로 내다봤다. 한 AI 기술 스타트업 대표(32)는 “해외에 비해 본격 활용은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AI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할 충분한 데이터를 지닌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 말했다.

이런 흐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I 연구의 권위자인 김진형 KAIST 명예교수(전 인공지능연구원장)는 “(AI 기술이) 채용과 같은 주관적 판단의 영역에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는지는 다소 의문이 든다”고 했다. 한 정보기술(IT) 기업의 안면인식 분야 개발자도 “(AI 면접 개발사가) 지원자의 데이터와 비교할 기반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모았는지 따져볼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도 고민이 깊다. 올해 AI 면접을 도입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표정 변화나 목소리 떨림을 감지하는 게 지원자의 잠재력까지 평가하기엔 부적절하단 점에 공감해 활용 여부를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사람의 직관에 기대는 대면 면접의 보조적 역할로 AI 면접을 병행하는 건 좋지만, 너무 의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


김태성 kts5710@donga.com·한성희 기자
#ai 면접#인에어#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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