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조지아 “500만표 전부 수작업 재검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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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을 해서라도 20일까지 결론” 트럼프 캠프 강한 압박 작용한듯
결과 뒤집혀도 바이든 당선은 불변… 내년 1월 상원 2석 결선투표
공화당, 다수당 수성 사활 걸어

이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초박빙 승부를 벌였던 조지아주가 완전 수작업으로 500만 표에 이르는 투표용지를 재검표하기로 했다. 99% 개표가 완료된 조지아주는 바이든 당선인이 49.5%를 득표해 트럼프 대통령(49.2%)을 0.3%포인트 앞서고 있다. 표 차는 약 1만4000표다.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은 11일 “완전한 수작업을 통한 100% 재검표를 실시하겠다”며 “선관위 직원들이 야근을 해서라도 20일까지는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지아주는 보통 재검표를 할 때 무작위로 샘플 조사를 하는 방법을 쓰지만 이번에는 후보 간 득표 차가 너무 작아서 500만 표를 모두 수작업으로 다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래펜스퍼거 장관은 “재검표 결정은 트럼프 캠프 측의 요청 때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조지아주의 이번 재검표 결정은 트럼프 캠프의 강한 압박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래펜스퍼거 장관은 조지아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가 확실시되자 지지자들로부터 “선거 부정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이런 결과가 생겼다”는 비난을 받았다. 공화당 켈리 러플러,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이상 조지아)은 그에게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조지아를 제외해도 선거인단의 과반인 290명(애리조나주 포함)을 확보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검표를 통해 조지아에서 반전을 이루더라도 대선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공화당이 조지아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먼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재검표를 통해 조지아의 승부를 뒤집고 다른 경합주에서 소송이나 재검표를 통해 추가로 역전을 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없지 않다.

현실적으로 더욱 중요한 이유는 대선 못지않게 중요한 상원 다수당 수성 여부가 조지아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이곳에서 절대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다. 조지아에서는 내년 1월 상원 2석을 놓고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다. 공화당은 현재 상원 100석 중 50석을 확보한 상태다.

만약 결선투표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모두 민주당 후보에 패한다면 상원 의석수는 50 대 50이 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상원의장을 겸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된다. 대선에서 지고 하원 다수당도 놓친 공화당으로선 조지아에 여러모로 사활을 걸어야 하는 셈이다.

이처럼 상원 결선투표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대선 재검표를 통해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것은 공화당으로선 꼭 필요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민주당으로선 재검표에서 승부가 뒤집히면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 선거 주장이 힘을 받을 수 있고 상원 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당선인은 재검표 상황을 챙기기 위해 젠 오맬리 딜런 선거대책본부장을 조지아로 급파했다”고 보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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