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 빠진 20, 30대… 경제 예능 전성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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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점심시간 수다떨 듯
경제이슈를 쉽게 풀어 전달
젊은세대 “월급만으론 불안”
일각 “박탈감 주고 투기 조장”

1. SBS ‘돈워리스쿨’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배터리 시장 주식을 다뤄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운동’ 열풍에 가세했다. 2. EBS
‘쩐문가들’은 삼성전자와 반도체 관련 주식을 분석했다. 3. 카카오TV의
‘오늘도 개미는 뚠뚠’은 방송인 노홍철을 통해 주식 투자의 기초 지식을
알려주고 있다. SBS·EBS·카카오TV 제공
1. SBS ‘돈워리스쿨’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배터리 시장 주식을 다뤄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운동’ 열풍에 가세했다. 2. EBS ‘쩐문가들’은 삼성전자와 반도체 관련 주식을 분석했다. 3. 카카오TV의 ‘오늘도 개미는 뚠뚠’은 방송인 노홍철을 통해 주식 투자의 기초 지식을 알려주고 있다. SBS·EBS·카카오TV 제공
“반도체는 언제까지 잘나갈까요? 삼성전자도 계속 잘나갈까요?”

EBS가 지난달 19일 유튜브 채널로 공개한 경제예능 프로그램 ‘쩐문가들’은 이런 질문으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이어 경제전문가들이 등장해 삼성전자의 강점과 약점, 미래에 대해 유머를 섞어가며 분석한다. 일반인들이 주식을 대대적으로 매수하던 이른바 ‘동학개미 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에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영상은 조회수 12만 회를 넘었다. 파일럿 프로그램이지만 “EBS의 펭수 다음으로 재미있다” 등의 댓글이 달리며 정규방송으로 편성해 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와 예능을 버무린 경제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재테크 정보를 제공하는 SBS ‘돈워리스쿨’은 지난해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시즌2를 방영했다. 올 1월까지 방영된 KBS ‘슬기로운 어른이 생활’도 연예인의 소비생활을 분석해 경제지식을 쉽게 전달한다는 취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카오TV는 올 9월부터 방영하고 있는 ‘오늘도 개미는 뚠뚠’은 주식 투자에 매번 실패한 방송인 노홍철이 주식의 기초지식을 배우며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줘 공감을 샀다.

최근 경제 예능 프로그램은 과거와 달리 경제보다 예능에 방점을 둬 ‘문턱’을 낮췄다는 특징이 있다. 그동안 경제 관련 프로그램이 숫자나 통계에 주로 의존했다면 요즘은 출연자들이 경제 관련 이슈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 만담하듯 전달한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나누는 수다처럼 가볍게 접하도록 했다. 구독자 90만 명이 넘는 유튜브 경제 채널 ‘슈카월드’의 슈카 등이 유튜브 하듯 유머를 적당히 섞어가며 편하게 진행하기에 시청하는 데 부담이 적다. 출연자가 논란이 될 만한 의견을 얘기할 때는 ‘개인 의견입니다’ 같은 자막을 넣는다. 한 편의 분량을 10∼20분으로 짧게 편집하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은 2030세대에서 부(富)에 대한 터부가 사라지면서 투자 열풍이 거센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내 인생은 한 번뿐)’를 외치는 젊은 세대가 주식과 부동산에 뛰어드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젊은이들은 월급만으로 집을 살 수도 없고 안정적인 미래를 계획할 수도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경제적 여유를 가지려면 재테크가 필수라는 절박함이 방송 프로그램에까지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경제 예능은 객관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부동산 예능을 표방한 MBC ‘돈벌래’는 4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9월 시작했으나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2부만 내보내고 막을 내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달 초 ‘돈벌래’에 대해 “10억∼20억 원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 외에는 큰 실망감, 박탈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행정지도(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경제이슈#재테크#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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