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 빨라져… 정책 뒷받침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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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지수 2020 콘퍼런스’ 논의
아시아 4개국의 디지털 대응 평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29일 대전 KAIST에서 개최된 ‘리스크 지수 2020’ 
콘퍼런스에서 신성철 KAIST 총장은 “지금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교육 플랫폼을 구축할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KAIST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29일 대전 KAIST에서 개최된 ‘리스크 지수 2020’ 콘퍼런스에서 신성철 KAIST 총장은 “지금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교육 플랫폼을 구축할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KAIST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전대미문의 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통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불가피합니다.”

대니콰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장은 지난달 29일 대전 유성구 KAIST KI빌딩 퓨전홀에서 열린 ‘리스크 지수 2020: 코로나 위기와 ‘멋진 신세계’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디지털 기술이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했고 이는 다시 디지털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리스크 지수 콘퍼런스는 싱가포르국립대 리스크공공이해연구소가 2018년부터 글로벌 리스크를 진단하고 논의하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올해는 KAIST 한국4차산업혁명정책센터와 공동으로 코로나19라는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4개국의 과학기술 활용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디지털 기술이 코로나 이후 세계의 사회경제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집중 조명됐다.

아시아 국가들은 코로나19에 대체로 성공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은 가장 먼저 종식을 선언했고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올해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일본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 없이 자숙 요청만으로 감염의 폭발적 확산을 억제하는 ‘일본 모델’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싱가포르는 지난달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유지됐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도 ‘K방역’ 이름으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사회적 부작용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도 생겼다고 지적했다. 캐럴 순 싱가포르국립대 선임연구원은 “싱가포르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이미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학생의 디지털 기기 사용 통계만 보더라도 코로나19 이후 경제 수준에 따른 디지털 불평등의 부작용이 나타난 만큼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자율 규제와 정부의 규제 사이의 균형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코로나19로 이른바 ‘기술 패러독스’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헝이쾅 도쿄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코로나19가 유행하자 지하철역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할 만큼 기술이 발전한 나라이지만, 동시에 공공기관이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를 팩스로 받는 ‘한코(도장) 문화’가 공존한다”며 “코로나19로 확인된 이 같은 모순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를 교육을 포함한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의 계기로 삼는 한국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렸다.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상무는 자사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코로나19 대유행기에는 대형 마트보다는 편의점 쇼핑이, 호텔 숙박보다는 캠핑이, 영화관보다는 자동차 극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는 게 데이터로 확인된다”며 “코로나19가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은 만큼 데이터를 토대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KAIST 한국4차산업혁명정책센터장(정책대학원 교수)은 “코로나19는 백신 개발 등 과학기술이 인류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기술 불평등과 같은 부작용을 낳기도 하는 야누스 같은 존재임을 보여줬다”며 ”코로나19 이후 공평하고 평화로운 ‘멋진 신세계’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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