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17차례 “고맙다”… 내부결속 다지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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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열병식]“믿음에 보답못해 면목없다” 발언도
‘제재-코로나-재해 3중고’ 민심 달래

“오늘 이 자리에 서면 무슨 말부터 할까 많이 생각해 보았지만 마음속 진정은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뿐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27분간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은 ‘고맙다’였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고맙다’ ‘감사하다’ ‘고마운 마음’ 등의 표현을 모두 17번 사용했다. “(믿음에) 보답하지 못해 면목이 없다”고도 했다.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홍수와 태풍 등 자연재해의 삼중고로 경제난에 직면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최고지도자가 직접 민심을 달래는 모습을 연출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내가) 인민의 크나큰 믿음을 받아 안기만 하면서 제대로 한번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다”면서 “(내가) 아직 노력과 정성이 부족해 인민들이 생활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한 명의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북한 주민이 겪는 고통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탓으로 돌렸다. 그는 “지금 이 행성에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 비상방역도 해야 하고 자연 피해 복구도 해야 하는 엄청난 도전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뿐”이라고 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날 연설에 대해 “격한 표현으로 인민에 대한 사랑을 내세웠으나 독재자의 전형적인 선전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정은이 고맙다는 말을 강조한 것은) 자신도 정책 실패를 인정한다는 걸 보여주며 그만큼 북한 내부가 힘들다는 것”이라고 썼다.

최지선 aurinko@donga.com·권오혁 기자
#김정은#북한#열병식#내부결속#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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