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심야 열병식’… 조명 이용 전략무기 과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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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열병식]김정은 “특색있게 준비하라” 지시
김여정, 7월 ‘美독립절 DVD’ 요청… 불꽃-LED쇼 총괄했을 가능성

북한은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사상 최초로 심야에 진행했다. 조명과 불꽃, 발광다이오드(LED)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대규모 ‘극장 쇼’처럼 연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열병식은 이날 0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작됐다. 북한의 전례 없는 ‘심야 열병식’은 김 위원장이 “열병식을 특색 있게 준비하라”고 지시한 결과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새해맞이 행사처럼 자정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김정은의 쇼맨십이 드러난 구성”이라고 분석했다. 야간에 조명을 이용하면 전략무기를 더 위압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낮보다는 밤에 군사 퍼레이드의 시각적 효과가 크다. 무기를 돋보이게 하는 조명장치를 통해 대내외에 전략무기를 과시하는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미 대남 전략을 관장해 온 ‘2인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열병식 준비를 총괄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여정은 7월 10일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미국의)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는 데 대해 (김정은)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북-미 간 물밑 접촉 가능성을 암시한 동시에 당 창건 75주년 행사에 참고하겠다는 메시지로도 풀이됐다.

전문가들은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심야 열병식, 김 위원장의 감성적 연설문, ‘노동당 만세’를 형상화한 새로운 형식의 불꽃놀이 등에 김여정이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맙다’는 말을 반복한 김정은 연설문에도 김여정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권오혁 기자
#심야 열병식#조명#전략무기#북한#김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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