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부풀려 71억 챙긴 대표…‘가상자산법 1호 사건’ 징역 3년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2월 4일 17시 29분


남부지방법원 남부지법 로고 현판
남부지방법원 남부지법 로고 현판
가상자산 시세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약 71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 일당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2024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 시행으로 코인 불공정 거래에 대한 제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유죄가 나온 사건이다.

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정희)는 가상자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코인 운용업체 대표 이모 씨(35)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억 원, 추징금 8억4656만3000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직 직원 강모 씨(30)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피고인들의 범행을 시세조종 행위로 판단했다. 다만 검찰이 주장한 71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액에 대해서는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현행 가상자산법상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등을 산정하기 어려울 경우 벌금의 상한액을 5억 원으로 두고 있는데, 이번 선고는 그에 따른 최대 벌금을 선고하고 8억4600여만 원에 대해서만 추징금을 부과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씨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약 230억 원을, 강 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이 씨와 강 씨는 2024년 7월부터 10월까지 자동 매매프로그램을 이용해 코인 거래량을 부풀리고 허수의 매수 주문을 반복하며 시세를 조종해 약 71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이 거래한 코인의 일일 거래량은 범행 전 16여만 개 수준이었는데, 시세조종 범행이 시작된 뒤 거래량은 245여만 개로 약 15배 급증했다. 당시 거래량의 89%는 이 씨가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의 불공정거래행위를 막기 위해 2024년 7월 시행됐다. 2022년 FTX 파산과 테라, 루나 폭락 사태 등이 발생하자 이용자를 보호하고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법이 마련됐다. 법 위반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에 따른 벌금이 부과된다. 시장에서 이뤄지는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검찰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긴급 조치(패스트트랙)를 통해 넘겨받은 첫 사건이다. 그동안 검찰은 가상자산 관련 시세조정 범죄에 대해 형법상 사기나 업무방해죄 등을 적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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