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이 백신” 노벨평화상에 세계식량계획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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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위원회 “분쟁지역 굶주림을 무기로 이용 막아 평화 기여”
1963년부터 전세계 구호활동
재난-전쟁 닥치면 가장 먼저 도착
7월엔 北 54만명분 식량지원도

202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세계식량계획(WFP)은 기존의 분쟁 지역뿐 아니라 올해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식량난을 겪는 세계 각국에 적극적으로 식량 지원 사업을 펼쳐왔다. 5월 WFP 직원들이 중남미와 카리브해국가로 가는 구호 식량을 포장하고 있다. WFP 홈페이지 캡처
202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세계식량계획(WFP)은 기존의 분쟁 지역뿐 아니라 올해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식량난을 겪는 세계 각국에 적극적으로 식량 지원 사업을 펼쳐왔다. 5월 WFP 직원들이 중남미와 카리브해국가로 가는 구호 식량을 포장하고 있다. WFP 홈페이지 캡처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올해 노벨 평화상의 주인공이 됐다. 노벨위원회는 WFP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혼란 속에서 기근과 빈곤 퇴치를 위해 헌신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식량이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 시간) “WFP를 202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면서 “기아를 퇴치하고 분쟁지역 평화에 기여해 굶주림이 전쟁과 갈등의 무기로 활용되는 것을 막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WFP의 이번 수상은 올해 코로나19 사태와도 관련이 깊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베리트 라이스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굶주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WFP는 이를 막기 위해 인상적인 활동을 펼쳐 왔다.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식량이 혼란에 맞서는 최고의 백신”이라고 말했다. 식량 지원을 통해 빈곤국 국민들의 코로나19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다.

톰슨 피리 WFP 대변인은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후보에 오른 것으로도 충분했지만 수상까지 한 건 대단한 성취”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민항기 운항이 중단됐을 때 (지원 활동을 지속한) WFP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사였다”고도 했다. WFP는 101번째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며, 단체가 수상한 건 26번째다.

세계적으로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전 세계 기아 인구는 1억3500만 명(4월 유엔 집계 기준)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식량 생산과 공급이 줄면서 연말까지 세계 기아 인구는 2배 늘어난 2억7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WFP는 예측하고 있다.

이에 WFP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코로나19 등으로 빚어진 심각한 세계 기아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게 BBC 등 주요 외신들의 평가다. 알자지라 방송은 “WFP는 코로나19가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라 굶주림도 전파할 수 있는 사태라고 경고해 왔다”고 전했다.

WFP는 1961년 설립돼 1963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본부는 이탈리아 로마에 있다. ‘굶주리는 사람은 사라져야 한다’는 ‘제로 헝거(Zero Hunger)’를 구호로 내걸고 빈곤국 극빈층 지원, 개발도상국 식량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유아 사망 방지, 질병 퇴치 등 보건환경 개선 활동도 전개해 왔다. 특히 ‘세계 어느 곳이든 전쟁, 홍수, 지진, 흉작이 발생하면 WFP가 가장 먼저 도착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긴급 지원에 역량을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7월에는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 54만여 명을 지원하기도 했다.

노벨위원회가 WFP에 평화상을 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국제사회의 공조보다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리더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WFP 선정을 통해 국제협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라이스안데르센 위원장은 “세계 각국이 유엔 산하 기관들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줄이고 있는데 WFP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이런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이세형 기자
#2020 노벨 평화상#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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