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유사법인 유보금 과세땐 中企 치명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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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중기 절반이 개인법인인데 잠재적 탈세자 취급 과세 추진
기업 생존 위협… 철회해야” 반발

정부가 추진 중인 ‘개인유사법인 사내유보금 과세제도’에 대해 “중소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경제계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이 제도는 기획재정부가 7월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에 포함돼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최대주주와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지분이 80% 이상인 ‘가족기업’이 적정 금액 이상을 쌓아둘 경우 초과분을 배당금으로 간주하고 소득세를 과세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적정 사내유보금을 사내유보금과 잉여금 처분에 따른 배당을 합한 것의 50%와 자본금의 10% 중 더 큰 금액으로 정하고 있다. 최고 42%인 소득세율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탈세 목적으로 세운 가족회사가 늘고 있다는 게 추진 배경이다.

경제계는 이 제도가 중소기업에 대한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보고 있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에 쌓아둔 현금더미가 아니라 기업의 투자 자금일 뿐 아니라 토지 등 자산이다. 이익이 실현되지도 않았고 지속 경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데도 탈세용으로 보고 과세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결국 배당 여력이 없는데 세금을 피하기 위해 배당을 하게 되고, 투자와 고용 여력이 바닥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미래 대응을 위해 사내유보금을 늘리는 족족 과세를 하면 기업들이 회생불능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세법 개정안이 발표된 이후 중소기업중앙회, 대한건설협회, 각 지역 상공회의소에서도 기업 규모와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며 반대 의견이 빗발친 바 있다.

최근 중기중앙회가 비상장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개인유사법인은 전체 49.3%로 절반에 육박했다. 적정 유보소득을 초과하는 곳은 9.3%나 됐다. 사내유보금을 쌓는 이유로는 ‘미래투자 및 연구개발, 신사업 진출을 위해’(48.4%)와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27.5%)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날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가족기업은 잠재적 탈세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과세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현실을 무시한 행정”이라며 “외부 투자를 받기 어려운 청년 스타트업도 가족기업 형태인 경우가 상당수”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이미 대기업에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및 법인세 최고세율 3% 인상으로 증세를 한 데 이어 중소기업에도 사내유보금을 과세해 전방위적으로 증세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개인유사법#유보금#과세#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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