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돌아온 트럼프, 마스크 벗고 “선거운동 곧 재개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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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 경례하며 “코로나 두려워 말라”… CNN “북한같은 리얼리티쇼 비판”
바이든과 16%P차로 격차 벌어지자 참모진 계속된 만류에도 복귀 강행
의료진 “완치안돼 이번주말 고비”… 백악관 상주 직원 불안감 커져
WP “집무실 주변, 유령도시 변해”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흘 만인 5일 퇴원하며 “곧 선거 캠페인에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를 밀착 수행하는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을 포함해 총 13명의 직원이 감염된 백악관이 코로나19의 ‘핫스폿’이 됐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매커내니 대변인을 포함한 3명의 대변인실 직원은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40분쯤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흰색 덴털 마스크를 쓰고 정장 차림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대기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탑승하기 전 “고맙다”며 엄지를 치켜올렸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전용 헬기 ‘마린 원’을 타고 백악관으로 복귀한 그는 방역 지침을 어긴 채 마스크를 벗고 사진 촬영을 위한 거수경례 동작을 취했다. CNN방송은 “북한과 비슷하다. 거대한 리얼리티 쇼를 벌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위터에 약 86초짜리 동영상을 올려 “몸 상태가 매우 좋다. 20년 전보다 좋다”며 “조만간 백신이 나와 코로나19를 물리칠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백악관 의료진은 대통령의 퇴원 직전 기자회견에서 “위험한 상황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퇴원에 필요한 기준을 충족했거나 넘어섰다. 백악관에서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4일 3회차 렘데시비르 처방을 받았고, 이날 4회차 접종을 받을 계획이며 백악관에서 5회차 처방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의료진은 “대통령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참모진 역시 이날 오전까지 퇴원을 만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약하게 보이기 싫다”며 백악관 복귀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야당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고, 15일 2차 TV토론까지 대비해야 하는 상황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CNN·SSRS가 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보다 16%포인트 낮은 41%의 지지를 얻었다. 그는 퇴원 직전 올린 트위터에서도 “가짜 뉴스가 가짜 여론조사만 보여준다”며 지지율 저하에 대해 초조함을 드러냈다.

백악관 측은 아직 완치 판정을 받지 않은 대통령을 위한 별도의 집무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양성 판정을 받은 백악관 직원과 그 접촉자들이 속속 격리에 들어감에 따라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웨스트윙이 ‘유령 도시’처럼 변했다고 전했다. 집사, 요리사, 청소 담당자 등 백악관 상주 직원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흑인, 히스패닉계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대통령 부부까지 감염됐을 정도로 백악관 내 감염 위험이 높은데도 백악관 측이 허술한 방역대책으로 일관한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현재까지 3명의 기자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벤 트레이시 CBS 기자는 트위터에 “북한에서 일하는 것이 백악관에서 일하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느낀다. 완전히 미쳤다”고 반발했다. 조너선 칼 ABC 기자는 “백악관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유일한 공간은 기자들이 일하는 공간이며 예방 수칙을 늘 위반하는 사람들은 백악관 직원”이라고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언급한 것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21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숨졌고 하루에 3만 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나오는데도 최고급 의료 서비스를 받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터넷매체 허프포스트는 매년 750달러(약 90만 원)의 소득세만 낸 대통령에게 무려 13명의 의료진이 투입됐으며 평범한 국민은 이런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을 치료한 의료진이 소위 ‘VIP증후군’으로 그에게 과잉 치료를 행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직위가 높거나 유명한 환자를 치료할 때 의료진이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무리한 시도를 하다 오류를 범하는 현상을 뜻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임보미 기자
#트럼프#선거운동#재개#바이든#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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