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쟁이 이상황의 오늘 뭐 먹지?]갈비로 육수 낸 가릿국밥, 함흥식 깔끔한 국물 매력… 찬바람 부는 이 가을에 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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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룡산’의 가릿국밥. 이상황 씨 제공
‘반룡산’의 가릿국밥. 이상황 씨 제공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이제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는 피했던 따뜻한 국물이 입에 딱 붙는 계절이네요. 손이 곱을 정도로 추운 겨울날 따끈한 김 올라오는 얼큰한 육개장이나 국밥은 국민적 솔 푸드임에 틀림없지만, 가을에 먹을 만한 국밥은 따로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사거리에 가면 ‘반룡산’이 있습니다. 반룡산은 북쪽, 그것도 함경도 함흥음식 전문점으로 함흥을 대표하는 산의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어머니 임춘재 씨의 손맛을 이어받은 정상혁 씨가 2007년 문을 연 이래 꾸준하게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이웃 ‘하동관’과 함께 이 지역 대표적인 식도락 명소지요. 평일 점심에는 주변 건물의 회사원들로 정신없이 북적거리지만, 주말에는 연세 드신 분들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는 술 한잔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는 여유롭고 따뜻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의 가릿국밥은 갈빗국의 함흥사투리로 갈비와 양지머리를 끓여낸 육수에 밥을 말고 양지, 선지, 큼직하게 썰어낸 무와 두부, 파, 달걀지단으로 고명을 꾸며 따뜻하게 차려냅니다. 사골 대신 갈비를 사용해 맑고 깔끔한 국물 맛이 매력적입니다. 가히 북쪽의 맛이라 할만하지요. 날이 더운 남쪽에서는 음식이 대체로 간이 세고 양념이 강한 편이지만 서늘한 북쪽에서는 이렇듯 맛이 담담합니다. 평양냉면 즐기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맑은 국물을 먼저 마시고 남은 건더기와 국물에 다진 양념을 넣어 비벼 먹어도 맛있습니다.

면을 좋아한다면 같은 스타일의 녹말국수도 좋은 선택입니다. 따뜻하게 내는 온면으로 함경도에서는 삯국수라고도 합니다. 양지 육수에 녹말가루만 사용해 직접 뽑아낸 면을 말아서 숙주 오이 편육 그리고 특이하게도 불고기를 올려냅니다. 약간 서울풍이 가미된 변형이라고 할까요? 질기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탄력을 유지하는 면은 식감이 훌륭합니다.

반룡산은 가릿국밥과 녹말국수가 대표 메뉴지만 결코 그보다 덜하지 않은 맛있는 음식이 가득합니다. 함흥냉면 가자미식해 돌판수육 코다리찜 왕만두 오징어순대 등등. 골고루 맛있기가 힘든데 말입니다. 예전에 제가 하던 레스토랑이 바로 근처여서 반룡산의 모든 메뉴를 먹어봤는데 한결같이 맛있습니다.

반룡산의 음식은 대체로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해서 탄닌이 많고 진한 와인보다는 서늘한 기후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부드럽고 가벼운 와인이 잘 어울립니다. 부르고뉴, 코트 뒤 론 같은 와인이면 적당하겠습니다. 와인을 들고 가시면 병당 1만 원을 내야 합니다. 비치된 와인리스트 중에서는 마레농 클래식 루베롱을 추천합니다. 화이트도, 레드도 모두 괜찮습니다.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wine@veraison.co.kr

반룡산=서울 강남구 테헤란로78길 26, 가릿국밥 1만 원, 녹말국수 1만2000원, 돌판수육 4만5000원, 오징어순대 3만5000원
#가릿국밥#함흥식#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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