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대법관 분석기법 사용, 판결 274건 분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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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결성향 분석]어떻게 조사했나
각 대법관들 판결의 유사성 비교… 이념성향 넘어 가치관 지향 보여줘

동아일보는 2005년 9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약 15년 치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 274건을 입수했다. 여기엔 전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총 46명이 참여했다. 각 사건별로 과반수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다수의견과 결론은 같지만 논리가 다른 별개의견으로 분류했다.

서울대 폴랩(한규섭 교수 연구팀·사진)은 이 자료를 앤드루 마틴 미국 워싱턴대 교수팀이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 성향 분석에 사용한 기법으로 분석했다. 가령 10 대 3 판결에서 A, B, C 세 대법관이 반대의견으로 함께 판결한 뒤 다른 판결에서 A, B 두 대법관이 11 대 2로 함께 반대의견을 냈다면 A와 B 대법관이 가장 유사한 점수를 부여받게 된다. 7 대 6 판결에서 6명의 의견에 동참하는 것보다 11 대 2 판결에서 2명의 의견에 함께한 것이 진보나 보수 성향 점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서 같은 수의 정답을 맞혔더라도 남들이 많이 틀리는 문제에서 정답을 맞혔을 때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원리와 같다.

분석값은 점수가 낮을수록 진보, 높을수록 보수 성향이다. 기준이 되는 0점은 전체 분석대상인 대법관 46명의 평균값이다. 통계기법의 원리상 판결 성향 점수의 진보와 보수가 이념적 성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러 조합의 대법관들끼리 얼마나 같은 의견을 냈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소수의 가치관을 지향하는지 등의 포괄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무수한 서로간의 유사도에 근거하여 상대적 위치를 측정하기 때문에 같은 시기에 함께 대법관을 하지 않았더라도 비교가 가능하다.

한 교수는 “미국은 대법원 구성에 따라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임명권자인) 대통령 선거 때부터 큰 관심사”라며 “한국의 대법관 임명 과정은 인상 평가나 진영 논리로 얼룩졌는데 앞으로 계량적인 성향 분석을 통해 합리적인 논의와 검증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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