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긴즈버그 유언, 펠로시가 쓴 건지 모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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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이 후임 지명’ 유언 놓고 민주당 지도부 조작 가능성 언급
브루클린 ‘긴즈버그 성지순례’ 늘어… 뉴욕주지사 “동상 세우겠다”

21일 낮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남부의 ‘미드우드’. 오래된 이층집 앞 나무 밑에 18일 타계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가득했다. 긴즈버그가 유년기와 학창 시절을 보낸 곳으로 그의 사망 후 일종의 성지(聖地) 순례를 하려는 추모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백인 여성은 “직장이 이 근처라 잠시 들렀다. 긴즈버그는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싸운 선구자”라고 애도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브루클린다리 바로 앞의 공원에 긴즈버그 동상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뉴욕 월가의 ‘두려움 없는 소녀상’에는 긴즈버그가 평소 즐겨 하던 하얀 레이스 옷깃이 걸렸다. 정치매체 더힐은 추모객이 소녀상의 목에 두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 여성 조각가 크리스틴 비스발은 2017년 3월 여성의 사회 진출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월가의 상징인 황소상 바로 옆에 이 조각물을 설치했다.

연방대법원이 있는 워싱턴에서도 추모 열기가 뜨겁다. 대법원은 긴즈버그가 앉던 의자와 벤치를 검은 천으로 장식했다. 법정 문에도 검은 양모 휘장을 걸었다. 그의 시신은 23, 24일 양일간 대법원에서 추모객을 맞은 후 25일 여성 최초로 미 의회에 안치된다.

그의 후임 인선이 미 대선의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의 유언이 조작됐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야당 민주당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유족은 긴즈버그가 사망 전날 외손녀에게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는 나의 후임이 정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가 실제 그 말을 했는지,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이 쓴 건지 모르겠다. 아름다운 말처럼 들리지만 슈머, 펠로시, 시프의 생각처럼 들리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유언을 꾸며냈을 수 있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 꼽히는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고등법원 판사와 면담하는 등 후임자 지명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트럼프#긴즈버그#펠로시#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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