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가 두려운 이웃들[현장에서/김소영]

김소영 사회부 기자 입력 2020-09-16 03:00수정 2020-09-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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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울 노원구 연탄 배달 봉사 현장 모습.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복지시설 봉사자들이 크게 줄었다. 동아일보DB
김소영 사회부 기자
“우리 단체가 생긴 지 16년 만에 자원봉사자가 한 명도 없는 건 처음입니다. 어떤 분들에겐 연탄이 ‘생명줄’이나 다름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연탄을 무료로 지원하는 ‘춘천연탄은행 밥상공동체’의 대표 정해창 목사(60)는 요즘 누구보다 애가 탄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해 취약계층 가구들이 하나둘씩 연탄 지원을 요청하는데 봉사자들의 발길이 끊겨 연탄을 전달할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정 목사는 “해마다 추석을 앞두고 200여 명씩 찾아왔지만 올해는 아예 문의조차 없다”며 “일주일에 6000장씩 연탄을 전해야 하는데 직원 두세 명으론 너무 버겁다”고 토로했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평소라면 각계의 온정이 모여들 사회복지시설들이 요즘 처음 겪어보는 고난을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여파다. 외부인 출입이 자제되며 봉사자가 크게 줄었고, 경제상황도 안 좋다 보니 후원금도 들어오질 않는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보육원 관계자는 “추석이 되면 아이들이 (봉사자들과 함께) 송편을 만들거나 민속놀이 하는 것을 참 좋아했는데, 올해는 아무도 만나지 못하니 상심이 클까 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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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런 취약계층은 안 그래도 정신적 타격이 적지 않았다. 보육원 아이들이나 홀몸노인들은 그나마 ‘사람의 정’을 나눠왔던 봉사자들과 만나기가 어려웠다. 한 봉사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관계기관에서 자제를 요청해 찾아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고 했다. 경기도의 한 보육원 관계자는 “봉사자들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이들과 영화를 보거나 체육활동을 하던 게 코로나19 사태 이후 뚝 끊겨버렸다”고 전했다.

후원금마저 줄어들며 유지하기조차 힘겨워진 곳도 적지 않다. 경기도에 있는 한 복지시설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기부금이 30% 이상 줄어들었다. 게다가 양로원이나 보육원은 학교도 가지 못하고 외부 활동을 나갈 수 없다 보니 식비 등 운영비 지출은 더 늘어났다. 복지시설 관계자는 “단순히 후원금만 줄어든 게 아니라 봉사자들이 방문 때마다 챙겨오던 후원물품도 끊기다 보니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함께 희생해야 이겨낼 수 있는 상대다. 모두가 서로 멀찍이 거리를 둬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복지시설이라고 예외가 될 순 없다. 하지만 똑같은 짐이라도 체력이 약하면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게 당연한 일. 안 그래도 적막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취약계층에 찾아온 올해의 쓸쓸한 한가위는 더 아프고 힘겹지 않을까. 모든 게 거리를 둬야 하지만, 온정의 손길만큼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길 조심스레 소망해 본다.

김소영 사회부 기자 ksy@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거리 두기#이웃#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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