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울린 산불비극… 애견 안고 숨진 13세 소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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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 차안서 할머니와 함께 발견… 美 서부 대형산불 인명피해 눈덩이
WP “캘리포니아 드림 무너져”… 침묵하던 트럼프도 현장 찾기로

아버지가 애타게 찾아 헤매던 열세 살 난 아들은 끝내 불탄 차량 안에서 발견됐다. 아들은 무릎에 강아지를 끌어안은 채 숨져 있었다. 소년의 외할머니도 함께였다.

8일 오전 미국 오리건주 매리언 카운티에서 난 산불은 와이엇 토프트 군(13)의 집을 순식간에 덮쳤다. 아버지 크리스 씨가 산불에 대비해 집 안의 물품을 이웃 동네로 옮길 트레일러를 빌리러 간 사이 벌어진 참극이었다.

12일 미 CNN에 따르면 집에 돌아온 그는 온몸이 그을린 채 집 근처에 쓰러져 있는 아내를 발견했다. “아들을 찾아야 한다”며 울먹인 아내는 목숨은 건졌지만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크리스 씨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수색에 나섰지만 반려견과 함께 화염을 피해 차 안으로 도망친 토프트 군과 장모 페기 모소 씨(71)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워싱턴주에서는 부모와 함께 불길에 갇혀 있던 한 살배기 아기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부터 오리건, 워싱턴, 캘리포니아 등 미 서부 3개 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2일 CNN은 산불로 인한 사망자를 28명으로 집계했다. 실종자는 수십 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에 따르면 이날 기준 아이다호와 몬태나주까지 포함한 미 서부 지역에서 100여 건의 산불이 진행 중이며 주요 3개 주의 피해 면적만 1만9125km²로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약 5분의 1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 “천혜의 자연 조건과 실리콘밸리 등으로 각광받던 ‘캘리포니아 드림’이 무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캘리포니아주가 50개 주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다 감염자를 냈고, 산불도 올해에만 24번 이상 발생해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주민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서부 지역 산불에 침묵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14일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카운티의 매클렐런 공원을 찾아 피해 상황을 보고받기로 했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해 왔다. 그러나 국가 재난을 정치 쟁점화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11일에야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워싱턴주의 산불과 싸우고 있는 2만8000여 명의 소방관에게 감사한다”며 해당 지역에 대한 재난 선포 사실을 알렸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미국#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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