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가 마주친 1조 원 문턱[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이원홍 전문기자 입력 2020-09-04 03:00수정 2020-09-0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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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지난달 15일 열린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전반전을 마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리오넬 메시. 그가 이끈 스페인 FC바르셀로나는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 2-8로 졌다. 리스본=AP 뉴시스
이원홍 전문기자
스포츠 선수 사상 4번째 1조 원 수입을 기록할 것인가.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33)에게 이 기록 달성은 아주 쉽게 보였다. 9월 중 그저 그라운드에 모습을 나타내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안갯속에 휩싸였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메시가 몸담았던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바르사)에서의 연봉은 9300만 달러(약 1103억 원)다. 포브스는 메시가 9월 중 훈련 캠프에 나타나기만 해도 스포츠 선수 역대 4번째로 현역 시절 총 10억 달러(약 1조1862억 원) 수입을 돌파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현역 도중 최초로 10억 달러 수입을 넘어선 선수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다. 각종 우승 상금과 후원 등에 힘입어 2009년에 총수입 10억 달러를 넘겼다. 두 번째는 복싱 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3)로 2017년에 기록했다. ‘무패 복서’였던 그는 은퇴했다 복귀해 격투기 스타 코너 맥그리거(32)와 대결하는 등 굵직한 경기로 거액을 벌었다. 세 번째는 메시의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유벤투스)로 올 상반기에 기록했다. 호날두의 연봉은 메시와 엇비슷하지만 각종 광고 등 기타 수입에서 메시를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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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가 훈련 캠프에 나타나기만 해도 된다는 것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훈련에 참가하는 것은 그가 바르사의 일원으로 새 시즌에 나선다는 걸 뜻한다. 포브스의 계산은 이렇게 해서 메시가 2020∼2021시즌 연봉을 모두 받는 걸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팀을 떠나겠다고 공언한 메시로서는 훈련에 참가하는 순간 자신이 바르사 선수라는 것을 다시 인정하는 셈이 된다. 메시는 훈련장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바르사는 메시에게 걸려 있는 7억 유로(약 9815억 원)의 바이아웃(최소 이적료) 조항으로 메시를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거액을 지불할 수 있는 팀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메시가 다시 바르사와의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메시는 구단과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잦은 감독 교체 등에 반대하는 등 여러 현안에 목소리를 냈지만 메시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적은 별로 없었다. 메시는 올해 초 구단이 선수들의 무성의 때문에 팀 성적이 부진했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자 선수들과 함께 집단으로 반발했다. 구단 수뇌부가 팀을 잘못 운영해 놓고 그 책임을 선수단에 떠넘긴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메시와 구단의 갈등은 일촉즉발 상황이 됐다.

이런 시기에 구단은 또다시 감독을 바꾸었다. 얼핏 새로운 화합 분위기가 펼쳐질 것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새 감독이 꺼내든 것은 대대적인 수술 카드였다. 신임 로날트 쿠만 감독(57)은 기존 스타플레이어 다수를 내보내겠다고 공언했다. 메시를 불러서는 “더 이상 특권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스타지만 특별 대접을 해 줄 수는 없으니 팀 운영 방침에 따르라고 통보한 것이다. 현 상황은 구단이 메시를 비롯한 선수단을 장악하기 위해 전체적인 개혁 작업에 나선 가운데 메시와 충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단이 압박 카드를 쥐고 있지만 메시도 만만치 않다. 당장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맨시티)가 메시와 연봉 1억2460만 파운드(약 1977억 원)에 5년간 계약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메시의 현재 연봉보다 오히려 많다. 메시로서는 자신이 아직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구단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바이아웃 조항으로 인한 법적인 권리를 주장하며 메시를 끝까지 놓아주지 않는 것이다. 메시의 카드는 끝까지 훈련 및 경기에 불참하며 소송전을 벌이는 것이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양측 모두에게 큰 피로감을 안길 수밖에 없다.

구단을 향해서는 메시와 앙숙인 주제프 바르토메우 회장(57) 등의 수뇌부 퇴진이 수습책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는 구단이 선수에게 백기를 드는 모양이 된다. 메시도 30대 중반임을 감안하면 버티기만 할 수는 없다. 절충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해결의 관건이다.

현재 메시의 연봉 수준이라면 어느 팀을 가든 1조 원 클럽 가입은 곧 가능하다. 다만 그 과정이 문제다. 어떤 식으로 해결되든 이번 사태는 메시에게 깊은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메시#스포츠 선수#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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