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예외적 국민이 아니다[오늘과 내일/정원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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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법상 비공개인 부동산 투기 정보
손 전 의원만 입수, 실형에도 사과 안 해

정원수 사회부장
정원수 사회부장
“다소 억지스러운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납득하기 어렵다.”

손혜원 전 의원은 지난해 6월 부패방지권익위법 및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두 달 뒤 1심 첫 공판에 출석한 손 전 의원은 “(부동산 매입에 활용된 문서들이) 보안자료가 아님을 재판을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히겠다”고 했다.

그의 언급대로 재판의 핵심 쟁점은 손 전 의원이 국회의원 재임 시절인 2017년 5월과 9월 각각 전남 목포시에서 받은 도시재생사업 관련 자료 2건이 보안자료에 해당하느냐였다. 12차례의 공판기록과 판결문 등을 보면 1심 재판부가 12일 손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대통령선거 사흘 뒤인 2017년 5월 12일. 손 전 의원은 목포시장을 시장실에서 만나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에 목포시가 선정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손 전 의원은 같은 해 4월 9일부터 대선 전날인 5월 8일까지 약 한 달 동안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홍보부본부장 자격으로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시리즈’를 발표했는데, 그 첫 번째가 도시재생사업이었다.

손 전 의원은 같은 해 5월 18일 목포시장을 커피숍에서 만나 간담회를 가진다. 이때 ‘목포시 도시재생 전략계획’이라는 문서를 처음 받는다. 사업구역이 명시된 자료였다. 같은 해 9월 14일에는 목포시의 도시재생과 담당자로부터 ‘도시재생뉴딜사업’이라는 제목의 PPT 파일을 이메일로 받는다.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던 이 자료엔 구역계와 단위사업 내용 등이 들어 있었다.

손 전 의원이 보안자료 2건을 입수한 시점에 일반 국민의 정보 접근은 철저하게 차단됐다. 서울 거주 국민이 같은 해 6월 도시재생 관련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하자 목포시는 “행정계획이 수립되고 있다”며 비공개했다. 2017년 9월∼2018년 2월 5차례의 도시재생사업 관련 자료 공개 요구에도 “투기와 매점매석 가능성이 있다”며 거부했다. 2017년 9월 목포시의 주민설명회에서는 관련 자료가 아주 예민하다면서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것을 금지했다. 2017년 11월에는 목포시가 외부 컨설팅 위원들에게 ‘일체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며 철저히 비밀에 부치겠다’는 서약서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2017년 12월 14일 국토부가 목포시를 포함한 도시재생사업 대상지 68곳을 선정해 발표하고, 거기에 사업의 내용과 구역계가 포함돼 있어 비밀성을 상실하였다”고 판단했다. 손 전 의원은 2017년 6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보안자료 구역 안에 있는 토지 23필지 등을 재단과 지인 명의로 매입했다. 1심 재판부는 손 전 의원이 보안자료의 비밀성이 유지될 때 매입한 6필지 등을 의정 활동 중 입수한 비밀정보를 활용한 투기로 분류해 몰수 명령을 내렸다.

1998년부터 시행된 정보공개법 5조는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다. 모든 국민에게 줄 수 없는 비공개 대상 8가지 중 하나가 ‘공개될 경우 부동산 투기, 매점매석 등으로 특정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다. 국민이 받을 수 없는 자료라면, 국민의 대표도 예외 없이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1심 재판부는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한 사건”이라며 “수사가 개시된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의 범행을 극구 부인하는 등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손 전 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아직 불복 절차가 남아있지만 이율배반적인 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특권적 국민 같은 모습에 국민들은 더 화가 난다.

정원수 사회부장 needjung@donga.com
#국회의원#부동산#투기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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