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서 ‘농구의 맛’ 마음껏 즐겨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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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190cm 가드 일본인 타이치
“고교시절 이상범 감독 만나면서
포워드서 포지션 변신 새로운 눈
日프로 갈때도 한국행 약속받아”

올 시즌부터 프로농구에 도입된 아시아쿼터 1호 선수로 DB 유니폼을 입은 나카무라 다이치(등록명 타이치). 타이치는 “잘해서 큰 무대로 가고 싶은 꿈도 이루고, 경색된 한일 관계의 돌파구도 마련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원주=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올 시즌부터 프로농구에 도입된 아시아쿼터 1호 선수로 DB 유니폼을 입은 나카무라 다이치(등록명 타이치). 타이치는 “잘해서 큰 무대로 가고 싶은 꿈도 이루고, 경색된 한일 관계의 돌파구도 마련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원주=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영광입니다.”

5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의 프로농구 DB 훈련장에서 만난 일본 선수 나카무라 다이치(등록명 타이치·23)에게 외모 칭찬을 하자 한국어로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달 27일 자가 격리를 마치고 팀에 합류한 타이치는 최근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선배들이 조언을 해줄 때는 물론이고 연습경기 중 동료가 자신의 패스를 받아 슛을 성공시켰을 때에도 ‘감사하다’ ‘잘했다’는 말 대신 이 말을 한단다. 상대를 한껏 높이는 타이치의 이 한마디에 훈련 분위기도 한껏 밝아지고 있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얘기. 타이치는 “좋은 환경에서 연습해서 즐겁다. 배울 게 참 많다”며 활짝 웃었다.

190cm의 장신 포인트가드인 타이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당시 일본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 일본프로농구 교토에서 평균 23분을 뛰며 6.3득점, 2.1리바운드, 2.7도움을 기록했다. 유망주로 주목받던 그가 한국에 온 이유는 ‘이상범 DB 감독’ 때문이다.

타이치는 일본 후쿠오카 오호리고교 시절 당시 인스트럭터로 근무한 이 감독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포워드였던 그를 지금의 ‘장신 포인트가드’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 이 감독이다. 타이치는 “배구의 세터, 농구의 가드처럼 내가 ‘밥상 차리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는 걸 깨달았다. 감독님 덕에 농구가 더 재미있어졌고, 재미있게 즐기다 보니 프로에 가서 돈을 벌 수 있을 만큼 기량도 좋아졌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한국농구연맹(KBL)이 일본 선수의 한국 진출을 가능케 하는 아시아쿼터제 도입 움직임을 보이자 타이치는 직전 소속팀(교토)과의 계약 때 “언제든 (한국행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약속을 받고 입단했을 정도로 한국에 오고 싶어 했다. 5월 아시아쿼터제가 확정되자 먼저 이 감독에게 연락한 쪽도 타이치다.

지난 시즌 SK와 공동 1위였던 DB의 쟁쟁한 선수들과 호흡하며 타이치는 ‘자신감’을 기르고 있다. 특히 2 대 2 플레이에서 동료들을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슈팅 등 직접 공격의 활로를 찾는 연구도 하고 있다. 이상범 감독은 “상대 주득점원과의 1 대 1 수비를 주문하고 있다. 득점력도 준수하다”고 말했다.

아시아쿼터 1호이면서 한국 진출 첫 일본 선수 타이틀을 달게 된 타이치는 과거보다 딱딱해진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주일 한국대사께서 ‘스포츠 교류로 경색된 한일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해 주면 좋겠다’는 덕담을 해줬다. 사명감이 느껴졌다. 내가 잘해서 더 많은 일본 선수들이 한국에 오고, 한국 선수들이 일본으로 진출해 기량을 꽃피우다 보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도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이치의 최종 목표는 일본에서 지구 서쪽으로 돌아 미국프로농구(NBA) 무대에 서는 것. 우선은 은사를 찾아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서쪽인 한국에 왔다. NBA 댈러스에서 활약하는 루카 돈치치(21·슬로베니아)가 롤 모델이다.

원주=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농구#db#나카무라 다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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