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클래식도 다룰 줄 압니다”

임희윤 기자 입력 2020-08-08 03:00수정 2020-08-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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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히사이시 조 지음·박제이 옮김/288쪽·1만5000원·책세상
어느 날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상이 귀로 들린다면 당신은 이미 저자의 팬인 셈이다. 1984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시작으로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까지 숱한 애니메이션에서 음악을 맡았다.

귀여운 그림체를 청각적 포대기로 감싼 따사롭거나 앙증맞은 선율로만 그를 안다면 이 책은 배신적이다. 저자가 2014년부터 1년 10개월간 클래식 전문지에 연재한 칼럼을 엮었다. ‘천공의 성 라퓨타’나 ‘이웃집 토토로’의 작곡 과정 설명 따위는 없다. 그의 또 다른 업인 클래식 지휘자로서의 활동기와 단상을 주로 담았다. 따라서 미야자키 말고 베토벤, 바그너, 스트라빈스키, 쇤베르크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그러니까 차라리 저패니메이션 향수에 ‘낚인’ 독자들을 위한 클래식 입문서에 가깝다. 저자는 여러 클래식 곡을 직접 지휘해본 경험에 따라 자신만의 클래식 음악론을 일기처럼 펼쳐낸다. ‘왜 시각보다 청각이 인간의 뇌에 더 빠르고 깊은 임팩트를 주는가’ 같은 음악인류학적 사색도 있다.

‘일본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문화 후진국이다’라는 일갈도 서슴지 않는다. 현대 음악 레퍼토리를 꺼리는 일본 오케스트라들의 비(非)진취성을 시종 비판한다. 저자의 관점에서 본 구스타보 두다멜과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 공연에 대한 리뷰는 흥미롭다. 깐깐한 노장의 시시콜콜한 투덜거림, 그리고 소소한 개그 감각이 양념 노릇을 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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