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팔찌 차면 보석 허가… 불구속 재판 대폭 늘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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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67년만에 ‘전자 보석’ 도입
교정기관 과밀문제 해소 도움… 수감자 관리비도 10분의 1로 줄어
연말까지 전자팔찌 1260개 제작

전자보석 손목시계형 장치 견본. 법무부 제공
전자보석 손목시계형 장치 견본. 법무부 제공
앞으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은 위치 추적이 되는 ‘전자 팔찌’를 차는 조건부 보석을 허가받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으로 보석 제도가 시행된 이후 67년 만에 보석 제도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법무부는 5일부터 개정 전자장치부착법이 시행되면서 ‘전자보석 제도’가 도입된다고 3일 밝혔다. 전자보석 대상자는 전자발찌가 아닌 스마트워치처럼 구동되는 손목시계 형태의 장치를 차게 된다. 성폭력, 살인, 강도, 미성년자 유괴 등 4대 강력범죄 사범에게 부착되는 전자발찌를 다른 범죄로 구속된 피고인에게 채우는 것은 인권 침해 여지가 높다는 의견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전자팔찌의 기능은 전자발찌와 유사해 24시간 실시간 위치 파악이 가능하며, 장치를 훼손하면 경보가 울린다.

전자보석은 피고인의 불구속 재판 원칙 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6∼2018년 국내 구속 피고인 가운데 보석 허가를 받은 비율은 3.9%로 낮은 편이다. 전자보석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보석 허가율은 2018년 기준 47%, 영국은 41%, 유럽연합(EU)은 평균 30.2%다.

교정기관의 과밀화 문제를 해소해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수감 시설의 수용 정원은 4만8600명인데, 수용 인원은 5만4570명으로 수용률이 112.3%로 높았다. 특히 같은 기간 구금 인원 중 재판 절차가 남아있는 미결수 비율은 35.4%였다. 교도소 수감자 1명에게 들어가는 연간 관리비용은 약 2600만 원이다. 전자팔찌를 활용하면 연간 비용을 약 260만 원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전자보석은 피고인, 피고인의 변호인 등이 청구하면 법원이 결정하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결정하고 보호관찰관이 24시간 감독하게 된다. 법원은 전자보석 결정 시 대상자의 특성을 감안해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 허가된 경우 외 주거지 밖으로 외출을 금지하거나, 특정 시간대에 외출을 제한할 수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33명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 결과 고의로 보석 조건을 위반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도주 우려로 보석이 허용되지 않았던 구속 피고인 일부가 전자보석 대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연말까지 전자팔찌 1260개를 제작할 계획이며, 관리 인력 100여 명을 충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전자팔찌#불구속 재판#조건부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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