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한국형 산림 뉴딜 ‘K포레스트’ 추진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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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산림청장 인터뷰

박종호 산림청장은 향후 10년간 추진될 한국형 산림 뉴딜 정책인 ‘K포레스트’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연간 2만8000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청 제공
박종호 산림청장은 향후 10년간 추진될 한국형 산림 뉴딜 정책인 ‘K포레스트’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연간 2만8000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청 제공
지난달 30일 정부대전청사 1동에 있는 산림청 16층 산림청장실. 박종호 청장 책상 위에는 영어로 된 20여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작성한 북한 백두산 일대 시비리송충(시베리아송충) 피해에 대한 내용이다.

“북한 산림병해충 피해가 심각합니다. 남북 산림협력은 비정치적 분야입니다. 정부나 민간 또는 국제기구 등을 통해서든 조속히 진전돼야 합니다.”

고시 합격 후 산림청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한 박 청장. 30년간 오로지 산림청에서만 근무한 산림통이다. 국제협력단장, 산림자원·이용·복지국장, 기획조정관 등 주요 보직을 모두 거친 뒤 지난해 말 차장에서 청장으로 승진했다. 10년 만의 내부 발탁이다.

박 청장은 최근 ‘한국형 산림 뉴딜’이라 불리는 ‘K포레스트’ 정책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앞으로 10년간 추진되는 이 정책은 △디지털·비대면 기술의 산림 도입 △저성장 시대에 대비한 산림산업 활력 촉진 △임업인 소득안전망 구축 △기후위기 시대에 대비한 지속가능한 산림관리 등으로 요약된다. 박 청장은 이를 ‘숲에서 찾는 새로운 일상’이라고 정의했다. 다음은 박 청장과의 일문일답.

―산림 분야에 도입할 디지털·비대면 기술이란….

“첨단기술을 활용해 정밀 산림데이터의 수집·분석·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 산림경영 공간정보를 활용하는 등 산림데이터의 활용 가치를 높이고 이를 민간에 개방해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촉진할 예정이다. 또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산림복지시설을 조성하고, 산림치유 장소와 치유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스마트 산림복지―건강관리(헬스케어)’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기후변화로 대형화되고 있는 산불, 산사태, 산림병해충 같은 산림재해 대응에도 무인기(드론)와 인공지능(AI) 같은 첨단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산림재해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산림산업 활성화 방안은….

“저성장 시대에 산림산업 활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방침이다. 친환경 소재인 목재 소비 촉진을 위해 ‘목재친화형 도시’가 국토교통부의 지역 특화 재생사업모델에 포함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또 친환경 먹거리인 임산물 소비를 위해 학교 급식에 청정 임산물을 활용토록 하는 등 친환경 시장을 개척할 예정이다.”

―임업인 소득안전망 구축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는데….


“산림분야 세제개편 등을 통해 임업인의 소득 안전망 구축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임업경영의 규모화를 위해 경제림 육성단지를 재편하고, 임업인 보조 차등 적용 등의 내용이 포함된 산림자원법이 개정되도록 노력하겠다. 농업과 수산업에서 시행되는 직불제가 임업에도 도입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기후시대에 대비한 산림관리도 중요하다.

“산림의 탄소 흡수·감축 기능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도시 숲을 조성하고, 수종 갱신과 숲 가꾸기를 실시할 예정이다. 내년으로 예정된 세계산림총회(WFC) 등을 통해 한국의 녹화성공 사례를 전 세계에 확산시킬 계획이다.”

박 청장은 “‘K포레스트’ 계획이 원활히 추진될 경우 매년 양질의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연간 2만8000여 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K포레스트 계획을 차분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청장은 남북 협력사업에 경험이 많은 대북산림 전문가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추진할 때 산림청에서 남북 산림협력을 담당하는 실무과장으로 일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산림자원과장으로 재직하며 대북 산림협력 정책을 총괄했다. 이어 2014년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 사무차장 때에는 동북아시아 산림 분야 국제 워크숍을 통해 김성준 당시 북한 국토환경보호성 총부국장(현 북측 수석대표) 등을 만나 남북 산림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산림정책 총괄을 맡게 됐다.

―현재 진행되고 남북 산림협력사업 상황은….


“산림협력은 비정치적 분야다. 여야가 없고 진보 보수가 있을 수 없다. 현재 북한이 가지고 있는 산림병해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다.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북한 산림황폐지는 262만 ha다. 최근 북한 백두산 일원에 소나무를 갉아먹는 해충 피해가 제주도 면적에 다다른다는 보고서도 있다. 북한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체적인 산림 복원을 추진하고 있는데 쉽진 않을 것이다. 산림 복원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비록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이지만 본격적인 산림협력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박 청장은 내년 10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산림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산림총회와 관련해 “세계가 코로나19를 겪으며 건강한 일상이 더 중요하진 만큼 행사 주제를 ‘숲과 함께 만드는 우리의 푸르고 건강한 미래’로 정했다”며 “현 정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신남방·신북방 정책도 총회에서 담아내겠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박종호#산림청#한국형#산림 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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