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과 사회안전망[기고/박능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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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20세기 뉴딜 하면 후버댐처럼 대규모 토목사업을 떠올리지만 실상은 국가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에 맞선 국가 정책 대전환이자 새로운 사회적 합의(New deal)다. 자유를 찾아 대서양을 건너온 미국인들은 자유방임에서 수정자본주의로 건국 이래 최대의 전환을 이뤘다. 이러한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가 강구되었다. 그 결과 1935년 사회보장법을 제정하여 약자 보호, 사회 통합 등을 통해 미국 역사상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했다.

21세기 한국 역시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19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일상을 바꿔놓았다. 이러한 도전에 맞서 지난 6개월간 전 국민의 노력으로 방역에 성공하고 국민의 자부심이 높아졌으며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졌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거대한 전환에 대한 요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산업이 확대되고,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새로운 노동관계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변화 속에서 자칫하면 위기감이 높아지고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

이 위기감을 변화에 대한 믿음,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바꿔야 한다. 변화의 한복판에서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 변화로 이뤄낸 사회적 결실이 나에게도 올 것이라는 희망이 모아질 때 신뢰는 커지고 사회적 자본은 쌓인다. 디지털·그린 뉴딜을 통한 물적 자본 축적, 사람 투자를 통한 인적 자본 축적과 함께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한 사회적 자본이 쌓일 때 우리나라는 견고하고 단단한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주요 기반으로 포용적 사회안전망 강화를 발표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상병수당 시범사업 실시를 통해 더욱 단단한 ‘21세기 한국판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을 인상하고 긴급 복지를 확대하여 안전망의 빈틈을 메워 나가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특히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가족 보호에서 실질적인 국가 보호로 이행하는 커다란 변화이다. 낡은 틀의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가족을 부담으로 여기고 가족 간 관계가 틀어지는 일도 있다.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부모를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2002년 70%에서 2018년 26%로 줄어들었다. 이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통해 모든 국민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여 진정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의 이행을 완결해야 할 때다.

또한 일자리 불안으로 코로나19라는 위험 속에서도 힘겹게 일해야 했던 현실을 바꿔야 한다.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에서 이미 상병수당을 도입했고,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에서 제도 시행을 권고하고 있다. “아프면 쉰다”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 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상병수당 도입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도전에 대해 혁신적인 디지털·그린 뉴딜이라는 두 기둥을 세우고 포용적인 고용·사회안전망이란 받침대로 기반을 쌓아야 한다. 이때 비로소 한국판 뉴딜을 통해 무르익은 성장의 과실을 고르게 나누는 혁신적 포용국가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한국판 뉴딜#사회안전망#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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