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코로나에도 선방… 월풀 제치고 가전1위 예약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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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가전 2분기 매출 5조원 넘어… 스팀 등 살균기능 新가전이 효자
영업익 5000억원대… 월풀의 5배

LG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도 살균위생을 앞세운 이른바 신(新)가전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1∼6월) 글로벌 가전 1위를 재탈환할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첨단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한 고급화 전략이 먹혀들면서 경쟁사인 월풀보다 월등한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실속까지 챙겼다.

26일 생활가전 업계에 따르면 월풀은 올해 2분기(4∼6월) 매출이 40억4200만 달러(약 4조9345억 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올해 1분기보다 7%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코로나19의 직격탄으로 북미와 유럽의 대형 가전매장이 5월까지 폐쇄됐던 상황을 고려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LG전자는 최근 2분기 잠정실적 공시에서 생활가전(H&A) 부문 2분기 매출을 5조2000억∼5조3000억 원 규모로 추정했다. LG전자 H&A 부문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TV를 제외한 가정용 전자제품을 생산해 판매한다.

LG전자의 1분기 매출이 5조4180억 원임을 감안하면 상반기 잠정 매출이 10조7180억 원으로 월풀(10조2045억 원)을 5000억 원 이상 크게 앞선다. LG전자가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월풀의 매출을 제쳤던 지난해 상반기(매출 격차 1705억 원)보다 격차를 더 벌렸다.

LG전자가 월풀을 제압한 배경으로는 신가전의 성장, 고급화 전략의 성공,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우선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생, 건강에 대한 지구촌 고객들의 우려를 스팀 등 살균 기술을 앞세운 신가전으로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16kg급 대용량 건조기와 스타일러 등 스팀 기술을 활용한 가전제품의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인도나 동남아 시장 등에서 주로 인력에 의존하던 홈서비스 시장을 식기세척기, 청소기 등 가전제품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고가의 가전제품 판매가 늘면서 영업이익도 경쟁사보다 큰 폭으로 개선됐다. 월풀의 2분기 영업이익은 7700만 달러(약 940억 원)인 데 비해 LG전자 H&A 부문은 5000억∼6000억 원의 흑자를 거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 시그니처 등이 기존의 ‘가성비 좋은 LG전자 제품’과는 차별화된 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LG 시그니처의 경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각 제품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모두 반영하고, 정제된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운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을 겨냥하고 있다. 다른 제품군과 비교했을 때 가격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동 제한 조치에 따라 월풀의 미국 공장이 멈춘 동안 국내 창원 공장 등을 통해 LG전자가 안정적인 생산망을 유지해온 것도 도움이 됐다. 미국 베스트바이나 유럽 세코노미 등 대형 가전판매 업체들이 5월부터 판매를 재개했을 때 LG전자는 이미 안정적인 제품 생산과 공급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의류관리기나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고가의 프리미엄 신가전 특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 실적으로도 글로벌 가전업체들을 넘어 1위 자리를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lg전자#월풀#가전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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