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다른 사람 도울 수 있게돼 기뻐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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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39명 국가공무원 합격
기업 근무-교사 등 다양한 경력 보유

“공무원이 됐으니 이젠 저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구나 싶어 기쁩니다.”

중증 지체장애인 김성제 씨(44·사진)는 23일 오후 6시 국가공무원 경력채용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민간기업에서 15년간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날 때부터 중증 지체장애인이었던 김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컴퓨터를 배웠고 이후 프로그래밍 작업이 푹 빠졌다고 했다. 그는 “(장애가 있다 보니)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많은데 프로그래밍은 내 의지대로 설계할 수 있어 매력 있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서울지방우정청에서 전산시스템 정보보호 및 관리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중증장애인 국가공무원 경력채용시험에 역대 가장 많은 39명이 합격했다. 올해는 8급 이하는 응시요건이 완화되면서 평균 경쟁률 6.5 대 1을 기록했다. 중증장애인 국가공무원 경력채용시험은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이들의 공직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2008년 도입한 후로 해마다 시행하고 있다. 올해까지 323명의 중증장애인이 공무원으로 임용됐다.

경력채용인 만큼 합격자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부산시교육청 특수교육담당 교사로 14년 간 일했던 황모 씨는 교육부에서 심리상담 전문 경력관으로 일하게 됐다. 중증 시각장애인인 황 씨는 “청년들의 어려움을 함께 공감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중증 신장장애를 가진 박모 씨도 과기정통부 산하 대구수성우체국에서 보험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박 씨는 “장애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뜨거운 가슴을 가진 금융 보험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중증장애인#국가공무원#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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