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반발에 주식양도세 완화… 年수익 5000만원 이하땐 세금 ‘0’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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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세법개정안]금융 세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세법 개정안을
사전 브리핑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세법 개정안을 사전 브리핑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22일 세법 개정안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이 ‘연간 수익 5000만 원 초과’로 정해진 건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반발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은 주식으로 1년에 2000만 원 넘게 벌면 최고 25%의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것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며 재검토를 지시하자 과세 기준을 대폭 높였다. 증권가에선 소액 투자자에 대한 양도세 과세 방침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증권거래세를 계속 존치하기로 해 앞으로도 ‘이중 과세’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금까지 세금을 물리지 않았던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의 거래 이익에 대해서도 내년 10월부터 세금을 부과한다.

○ ‘개미’ 반발에 주식 양도세 대거 후퇴

정부는 22일 세법 개정안에서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발생하는 모든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합산해 20%의 세율(3억 원 초과는 25%)로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확정했다. 당초 지난달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에서 2022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계획을 내놓았지만 2023년 주식 양도세 도입 시기에 맞춰 시행 시기를 1년 늦췄다.

가장 논란이 컸던 개인투자자 대상의 주식 양도세 부과와 관련해서는 양도차익 중 연간 5000만 원이 넘는 부분에 대해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개미들의 반발에 대통령까지 제동을 걸면서 당초 2000만 원의 공제 한도에서 대폭 물러난 것이다. 역차별 지적이 있었던 주식형펀드도 공제 한도에 포함시켰다.


연간 수익률을 10%로 가정할 때 5000만 원을 벌려면 5억 원을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수억 원을 동원할 수 있는 ‘슈퍼개미’들을 대상으로 양도세를 물리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또 금융상품 투자로 입은 손실은 5년간 이월 공제해 수익이 나는 연도와 순이익을 계산해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원천징수 주기도 기존 1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난다.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던 증권거래세 인하 시기는 1년 앞당겨졌다.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율은 2021년 0.23%, 2023년에는 0.15%로 낮아진다.

예를 들어 개인투자자 A 씨가 국내 상장 주식과 주식형펀드에 투자해 각각 6000만 원과 100만 원의 수익을 냈다면 현재는 증권거래세 40만 원과 펀드 배당소득세(14%) 14만 원 등 총 54만 원의 세금을 내면 된다. 하지만 2023년에는 투자수익 6100만 원에서 5000만 원을 공제한 뒤 20%의 세율로 물린 금융투자소득세 220만 원과 증권거래세 24만 원 등 총 244만 원을 내야 한다.

○ 가상통화로 연 500만 원 벌면 세금 50만 원

내년 10월부터 250만 원이 넘는 가상통화 거래 이익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20%의 세금을 물린다. 지금까지 가상통화는 과세 대상이 아니었지만 해외 주요국이 가상통화에 과세 중인 점을 고려한 조치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거래로 연간 500만 원을 벌었다면 25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250만 원에 대해 50만 원(20%)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과세를 앞두고 가상통화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는 등 혼란이 빚어지지 않도록 이미 보유한 가상통화의 취득가액은 내년 9월 30일 가격과 실제 취득가 중 더 높은 것을 적용한다.

아울러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내년부터 만 19세 이상 국내 거주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게 된다. ISA로 투자할 수 있는 투자상품도 예·적금, 펀드에서 주식으로 확대되고 비과세 혜택을 받는 의무 가입 기간도 당초 5년에서 3년으로 낮아진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가 일부 나온다. 정부는 주식 양도세 공제 한도 확대에 따라 약 8000억 원의 세수 감소가 있을 것으로 봤다. 강동익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줄어든 세수는 결국 주식 투자자가 아닌 다른 국민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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