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영웅들 이름 되살리는 일 큰 보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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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현충원, 묘비 먹물주입 사업
내년 국방예산 반영해 본격화

국립서울현충원의 한 묘비. 세월의 풍상을 겪으며 글씨를 알아보기 어렵게 됐다. 동아일보DB
국립서울현충원의 한 묘비. 세월의 풍상을 겪으며 글씨를 알아보기 어렵게 됐다. 동아일보DB
“젊어서 자식 없이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순직한 분들이 많아 직계 유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찾는 이도 없는 묘비의 지워진 이름을 먹물로 다시 써주는 거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묘비 먹물주입’을 하는 정모 씨(63)는 23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자신이 하는 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 씨는 서울시의 ‘50플러스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매달 57시간씩 약 52만 원을 받고 덧칠 작업을 해왔다. 비바람에 깎여 이름과 계급을 알아보기 어려운 묘비의 음각 부분에 붓으로 먹물을 입혀준다. 교통비와 식대를 빼면 남는 게 없어 사실상 봉사활동인 셈이다.

국립서울현충원은 24일 “묘비 먹물 주입을 내년부터 국방예산에 반영해 현충원의 자체 사업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담 인력을 직접 계약직 형태로 고용해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3월 초 국방부에 인건비 등 연간 2억 원의 예산 편성을 요청했다.

그간 비석 먹물 덧칠 사업은 현충원이나 상급기관인 국방부가 아닌 서울시가 부담해왔다. 2017년 9월부터 동작구 산하기관 ‘동작50플러스센터’가 시의 중장년 일자리사업에 신청해 매년 10∼20명씩을 뽑았다. 서울현충원 관계자는 “공개채용 방식으로 선발해 기존에 해왔던 분들도 지원하도록 할 예정”이라 말했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
#서울현충원#묘비 먹물주입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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