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냉이꽃[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8〉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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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냉이꽃 ―김달진(1907∼1989)

사람들 모두/산으로 바다로/신록철 놀이 간다 야단들인데
나는 혼자 뜰 앞을 거닐다가
그늘 밑의 조그만 씬냉이꽃 보았다.
이 우주/여기에/지금 씬냉이꽃이 피고/나비 날은다.


대학교에서는 아직도 화상 강의를 하고 있다. 나는 퍽 외롭다. 학생들을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쉬운 탓에 물어보았더니, 결론적으로 나만 아쉬운 것이었다. 젊은 친구들은 온라인 수업을 싫어하지 않았다. 그래, 그럴 수 있다. 공감대가 빤하던 기성세대와 달리 워낙 다양한 욕망과 관심사를 지닌 친구들이다. 혼자서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는 것, 온라인으로 그것을 찾고 나누는 것. 새로운 생활 방식은 코로나 사태 때문에 더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언택트’면 어떻고 면대면이 아니면 또 어떠하랴. 방식이 달라도 “나는 혼자”의 세계는 언제든 존재했다. 게다가 “나는 혼자”의 세계는 예상보다 충만하고 생산적일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각자의 방에 틀어박힌 ‘언택트’의 사람들에게 조금 다른 “나는 혼자”의 시를 선사하고 싶다. 김달진 시인은 “나는 혼자” 무얼 하는지 적어 놓았다.

그는 혼자 남았다. 남들 다 공동의 목적, 즉 놀이를 위해 떠났지만 시인은 고독의 편이 되었다. 그리고 뜰을 서성였다. 이곳저곳 눈길 가는 대로 눈길을 두었다. 그러다 그늘 아래 자잘한 꽃을 발견했다. 사전에서는 씀바귀라고 하고, 시인의 고향 경남에서는 씬냉이라고 하는 꽃. 그 꽃을 발견하고 시인은 자신만의 우주를 확연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시인의 ‘나는 혼자’는 엄밀히 말해 정말 혼자라는 말은 아니다. 그에게는 꽃이 있었다. 이 시대의 언택트 역시 절대적 ‘비접촉’은 아니다. 우리의 방문은 닫혀 있어도 자발적인 혼자는 절망과 단절로 이어지지 않는다. 나 홀로의 삶도 삶이다. 타인이 넘어가지 못하는 방문 너머 당신의 공간에 오직 당신만의 ‘씬냉이꽃’이 피기를 기원한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씬냉이꽃#김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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