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온라인게임선 구글-애플과 경쟁 가능… 투자 여력 충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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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언 머호니 일본법인 CEO
“우리는 가상의 ‘디즈니랜드’ 추구”
3월 현재 5조원 넘는 재원 마련, 글로벌 엔터기업 본격 투자 예고


“넥슨이 온라인 게임만큼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아마존과도 경쟁할 수 있습니다.”

오언 머호니 넥슨 일본법인(넥슨코리아 모회사)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최근 일본에서 열린 투자자 대상 포럼에서 “넥슨은 가상현실 실감형 온라인 게임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는 회사이며 (투자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현금,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일 넥슨이 특정하진 않았지만 여러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을 대상으로 15억 달러(약 1조83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머호니 CEO가 최근 포럼에서 한 발언이 주목을 받고 있다. 투자 계획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넥슨은 4월에 핵심 지식재산권(IP)인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 중인 자회사 네오플에서 두 차례에 걸쳐 1조4961억 원 규모의 자금을 차입하는 등 실탄을 준비해 왔다. 3월까지 마련한 재원만 누적 5조8489억 원에 달한다. 머호니 CEO가 포럼에서 “우리의 재무제표는 텅텅 비어 있지 않으며, 우리가 인수합병을 원할 때 시장에 돈을 요청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넥슨은 15억 달러 규모 투자를 다양한 IP를 가진 게임사를 비롯해 국내외에 상장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 인수에 쓸 예정이다. 특정 산업이나 지역에 국한돼 있지는 않지만 인수 대상을 추린 쇼트리스트는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머호니 CEO도 포럼에서 IP 확보에 힘쓸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디즈니, 레고 같은 훌륭한 IP를 가진 회사들과 함께 개발을 해봤지만 한계를 느꼈다. 결국 우리의 IP에 집중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 일환으로 특별하고 유망한 IP를 가진 스웨덴 개발사 ‘엠바크 스튜디오’를 작년에 인수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2003년 PC게임으로 첫선을 보인 메이플스토리의 누적 매출 규모는 디즈니의 가장 성공한 영화 중 하나인 겨울왕국을 넘어섰고, 던전앤파이터 역시 ‘스타워즈’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핵심 IP를 갖추는 것이 게임의 미래임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넥슨이 게임에 다시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표적인 언택트 산업인 게임이 다시금 주목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머호니 CEO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배우들이 파자마를 입고 영화를 제작하긴 어려워도 게임은 개발자들이 파자마를 입고 집에서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넥슨은 지난해 상반기(1∼6월) 자사 매각 불발 이래 조직을 재정비해 ‘가상현실 세계의 디즈니’가 되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2019년 7월 엠바크 스튜디오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아시아에 국한된 시장을 북미, 유럽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후 박지원 넥슨 일본법인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 등 핵심 경영진이 퇴사하고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일등 공신인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영입했다. 아울러 넥슨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 프로젝트들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머호니 CEO는 “우리는 가상의 디즈니랜드 같은 것을 만들고 있다”며 “비록 행성 반대편에 살고 있다고 해도 가상세계에서 협업도, 경쟁도 할 수 있다. 이는 디즈니랜드와 명백한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넥슨#오언 머호니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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