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일본 정부를 겨냥해 강도높은 비판 목소리를 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일본이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해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무회의를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일본의 각의 결정에 대해 사회 각계에서 시선이 쏠려있는 만큼, 국민들에게 실시간으로 국정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실상 ‘대국민담화’ 식으로 이번 회의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렇게 국민들에게 직접 보이는 회의였던 만큼, 회의장 내에는 사뭇 엄숙하고 긴장된 분위기가 흘렀다. 노타이에 검은색 양복 차림으로 등장한 문 대통령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착석했다.
문 대통령은 별다른 인사말 없이 단호한 목소리로 발언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비상한 외교·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일본 정부에 대해 ‘무모’ ‘분명한 경고’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강력한 유감을 연이어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각의 결정에 대해 “(양국 분쟁)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도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경제·역사 등 여러 측면을 들면서 일본 정부에 강력한 항의 메시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민주주의 국가로서 지켜야 할 원칙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무슨 이유로 변명하든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이라며 “인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대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일본이 자유무역질서를 스스로 부정했다며 “이번 조치는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간 교류 역사에 대해 발언하던 중 ‘오랜 경제 협력’이란 단어에 힘주어 발음하면서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민폐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던 문 대통령은 발언에 잠깐 뜸을 들인 후, 우리 정부 역시 단호한 맞대응을 취할 것이라며 향후 대응 자세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을 ‘가해자’라 칭하면서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이미 경고한 바와 같이 우리 경제를 의도적으로 타격한다면 일본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들에겐 사전에 배포된 모두발언 원고에 없던 ‘특별히’란 단어를 추가하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사전 원고에서 다르게 말한 부분은 이 단어 외엔 없었다. 문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도 특별히 말씀드린다”며 “어떠한 어려움도 충분히 극복할 저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굴복’ ‘승리’ 등 강한 뉘앙스를 가진 단어들로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이겨낸다’는 단어를 3차례 사용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한껏 단호한 목소리로 “도전에 굴복하면 역사는 또다시 반복된다”며 “도전을 이겨낸 승리의 역사를 국민과 함께 또 한 번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회의장 내에 자리했던 국무위원들과 청와대 참모진 역시 특별한 대화 없이 엄숙한 표정으로 참석했다. 문 대통령 자리 뒤 배경막으론 정부의 슬로건인 ‘나라답게 정의롭게’란 문구가 파란색 배경 속에 적혀 있었다.
문 대통령의 좌우 자리엔 이낙연 국무총리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착석했다. 이 밖에 유은혜 교육부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 관계장관들이 함께 했고,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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