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간편결제-송금업체, 은행처럼 건전성 규제 받는다

김형민 기자 입력 2019-02-14 03:00수정 2019-02-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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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관련법 개정 추진

금융당국이 토스나 카카오페이, 네이버 등 간편결제 및 송금업을 하는 핀테크 업체에 대해 건전성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업(선불업)에 해당하는데 선불업자는 아무리 건전성이 악화돼도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관련법에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간편송금·결제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는 만큼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받는 건전성 규제를 핀테크 업체에 적용하는 게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정부의 최근 규제완화 기조에 역행하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선불업의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하고 건전성과 관련한 제재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건전성이 악화된 금융회사에 적기시정 조치를 내려 자본금을 더 쌓도록 명령하는 것처럼, 선불업을 하는 핀테크 업체에도 비슷한 관리감독을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간편송금의 이용 규모가 최근 크게 늘어난다는 점을 규제 도입의 근거로 든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선불업 거래 현황을 보면 간편송금 및 결제 건수는 2015년 233만 건에서 2018년 3억9103만 건으로 급증했고 이용금액도 같은 기간 835억 원에서 27조8682억 원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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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특히 이들 핀테크 업체의 미상환잔액에 주목하고 있다. 미상환잔액은 소비자가 간편송금 또는 결제를 위해 핀테크 업체에 이체해 놓고 사용하지 않은 잔액이다. 미상환잔액은 2016년 236억9000만 원에서 2017년 785억5000만 원, 지난해 5월 말 기준 1165억5000만 원으로 5배 가까이로 늘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의 건전성이 악화되면 소비자가 미상환잔액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선불업자는 ‘자본금 20억 원, 미상환잔액 대비 자기자본비율 20% 이상, 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 비율 50% 이상 유지’ 등 당국의 경영지도기준을 지키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항일 뿐 어기더라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이를 강제 사항으로 바꾸고 건전성 기준에 미달하는 업체는 자본금을 더 쌓도록 명령하거나, 등록취소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핀테크 업계에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외부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이미 충분한 자본금을 쌓은 토스(비바리퍼블리카)나 카카오페이 등 대형 업체는 건전성 규제를 피해갈 수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후발업체들은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편송금 업체 A사 관계자는 “소비자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규제 때문에 자칫 산업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간편송금·결제업체에 금융사에 준하는 건전성 규제를 하는 것은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금융당국#간편결제#송금업체#건전성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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