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팝시장 흔들었던 ‘방탄’…여심 불태웠던 ‘워너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2월 27일 06시 57분


세계를 제패한 그룹 방탄소년단. 스포츠동아DB
세계를 제패한 그룹 방탄소년단. 스포츠동아DB
■ 어느 해보다 빛난 ‘2018 가요계’ 결산

2018년 가요계는 여느 해보다 화려하고 다이내믹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두 차례나 오르며 한국 대중가요사를 다시 썼다. 이들을 필두로 엑소,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도 케이팝의 저력을 세계에 알렸다. 또 H.O.T.와 솔리드 등 1세대 아이돌 가수들이 재결합해 ‘원조’의 힘을 과시했고, 남북 화해의 분위기 속에서 13년 만에 북한 평양 공연의 막이 올라 조용필, 이선희, 서현, 레드벨벳 등이 참여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아쉬움도 묻어난다. 음원 사재기 의혹 등 각종 논란과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룹 워너원과 장기하와 얼굴들은 올해 활동을 마지막으로 팬들의 추억 속으로 돌아간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사다난했던 올해 가요계를 키워드로 되돌아본다.

① 글로벌 아이돌

올해 가요계는 방탄소년단으로 시작해 방탄소년단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가요는 물론 세계 팝 시장에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놀라운 성과를 남겼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5월과 9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200’ 1위에 두 차례나 오르는 대기록을 세웠다. 특히 한국어 가사로 진입 장벽이 높은 미국 시장까지 제패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걷는 길에는 늘 ‘최초’라는 수식이 뒤따랐다. ‘꿈의 무대’인 미국 스타디움 투어도 보란듯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그 영향력은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한국 가수 최초로 유엔총회 행사에 참석해 7분간 연설했고, 타임 글로벌판(10월22일 자)은 ‘차세대 리더’로 이들을 선정해 일곱 멤버들의 얼굴을 표지에 내세웠다. 다보스포럼도 내년 문화부문 글로벌 어젠더로 꼽았다.

트와이스와 블랙핑크 등 걸그룹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블랙핑크는 케이팝 걸그룹 최초로 빌보드 메인차트에 진입했다. 첫 번째 미니음반은 ‘빌보드 200’에서 40위, 타이틀곡 ‘뚜두뚜두’는 ‘핫100’에서 55위를 기록했다. 올해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를 끈 뮤직비디오로 조사됐다.

트와이스는 일본에서 한류 열풍을 견인하는 데 일조했다.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케이팝 걸그룹으로 선정된 것은 물론 2년 연속 일본 최고 권위의 연말 가요축제인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한다.

17년 만에 재결합해 팬들 앞에 선 1세대 아이돌 그룹 H.O.T. 사진제공|MBC
17년 만에 재결합해 팬들 앞에 선 1세대 아이돌 그룹 H.O.T. 사진제공|MBC

② 재결합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그룹으로 우뚝 섰다면 국내에서는 ‘1세대’ 가수들이 잇따라 재결합해 추억을 자극했다.

1990년대 중반 가요계를 평정했던 5인조 그룹 H.O.T.는 17년 만에 팬들 앞에 섰다. 10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콘서트 ‘포에버 H.O.T.’(Forever H.O.T.)를 열고, 오랜 시간 기다려온 팬들과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해후했다. 이틀 동안 10만 관객을 동원하며 ‘원조’의 파워를 과시했다.

가장 열성적인 팬클럽으로 꼽혔던 ‘클럽 H.O.T.’는 어느새 30∼40대 성인이 되었지만 이들의 열정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H.O.T.를 상징하는 흰색 풍선과 흰색 우비를 모두 갖춰 입고 “오빠”를 환호했다.

‘영원한 라이벌’ H.O.T의 귀환을 반기듯 젝스키스도 같은 날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지금·여기·다시’를 열고 1990년대로 추억의 시간을 돌렸다.

솔리드의 재결합도 반갑다. 해체 21년 만에 재결합해 새 앨범을 발표하며 공연도 열었다. 해체 후 미국으로 건너가 좀처럼 근황을 알 수 없었던 멤버 이준의 복귀에 팬들은 반색했다.

훈훈한 소식도 이어졌다. 조용필과 이선희, 서현, 레드벨벳, 알리, 에일리 등 가수들이 남북 화합의 무드를 타고 평양에서 13년 만에 공연을 열었다. 4월과 9월 두 차례 열린 공연에서 이들은 히트곡을 부르며 북한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신드롬을 일으킨 그룹 워너원은 아쉽게도 1년6개월의 활동을 끝내고 31일 해체한다. 스포츠동아DB
신드롬을 일으킨 그룹 워너원은 아쉽게도 1년6개월의 활동을 끝내고 31일 해체한다. 스포츠동아DB

③ 굿바이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아 음원 사재기 및 차트 순위 조작 의혹 등으로 얼룩졌다. 아쉬움도 많았다. 데뷔와 동시에 가요계에 파란을 일으킨 워너원이 화려한 기록을 뒤로하고 31일 해체한다. 11명의 멤버 모두 개인 팬덤이 그룹 전체를 뛰어넘을 정도로 남다른 영향력을 과시했던 만큼 연장활동을 놓고 오랜 시간 고민하고 논의했지만, 결국 프로젝트 그룹의 한계를 넘지 못한 채 팬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이들의 파워는 마지막 무대까지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고별무대로 내년 1월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총 4회 콘서트를 연다. 최대 관객 수용 인원이 3만 명인 대규모 장소에서 4회 공연을 진행하는 가수는 이들이 처음이다. 이들은 마지막 콘서트를 끝내고 각자의 원 소속사로 돌아가 개별 활동에 나선다.

장기하와 얼굴들, 드렁큰 타이거 등도 마지막 활동을 앞두고 있다. 2008년 ‘싸구려 커피’를 시작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장기하와 얼굴들은 29∼31일 열리는 콘서트를 끝으로 해체한다. “박수칠 때 떠난다”는 말처럼 “가장 멋진 모습일 때 가장 아름답게 마무리”할 계획이다.

‘힙합의 대가’로 불리는 드렁큰 타이거도 최근 마지막 앨범을 발표하고 모든 활동을 끝냈다. 다변화한 힙합음악 시장에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악과 가치를 지킬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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