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잘 사주는 멋진 선생님 “얘들아, 힘내서 공부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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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고 1학년 부장 김병이 교사 성적 오른 학생들과 삼겹살 파티
식비 보태며 동문들도 함께 자리

성적이 우수한 학생과 향상된 학생들에게 동문들이 모금해 삼겹살 파티를 한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선생님과 학생들, 동문 선배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성적이 우수한 학생과 향상된 학생들에게 동문들이 모금해 삼겹살 파티를 한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선생님과 학생들, 동문 선배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4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한 식당. 동성고 1학년 학생 16명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고기를 이리저리 뒤집으며 노릇노릇 익기를 기다렸다. 이날 학생들은 특별한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1학년 부장 김병이 교사(55)가 11월 모의고사 가채점 결과 상위권 학생과 3월 모의고사 때보다 성적이 오른 학생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이 자리를 마련한 김 교사는 동성고 56회로 제자들의 스승이자 선배다. 그가 삼겹살 파티를 연 건 학생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다. 김 교사는 “상담이 필요한 학생 몇 명과 삼겹살을 먹으며 얘기를 나눴는데, 이후 성적이 많이 올랐다”며 “아이들은 선생님이 관심을 가져주면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동성고의 특별한 삼겹살 파티가 가능한 건 김 교사의 동성고 친구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줬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동기들이 모인 한 소셜미디어에 이런 글을 남겼다. “늘 신통치 않은 입시 성적과 거기에 영향받은 정원 미달…. 의욕 없는 아이들을 데리고 지내려니 나도 힘이 많이 빠진다. 그래서 친구들이 도움을 주면 성적 상위권을 유지하는 애들과 삼겹살 파티를 하려 한다. 아이들이 의욕을 갖는 데는 삼겹살이 최고더라고.”

친구들은 곧바로 “아무 걱정 말고 추진하라”며 성원을 보냈다. 한때 입시 성적이 좋았던 동성고는 서울 강남 개발 이후 학생들이 빠져나가면서 내리막을 걸었다. 2009년 자율형사립고로 변신했지만 지원율은 서울 자사고 중 하위권이다. 이를 안타까워한 동기들이 김 교사의 후원자를 자처한 것이다.

덕분에 김 교사는 11월 모의고사가 있던 지난달 21일 아침 “성적이 많이 오른 애들에겐 삼겹살을 쏜다”고 공개적으로 방송했다. 4일 파티에 참석한 권민수 군(16)은 “여기 온다고 친구들이 부러워했다”며 “다음에도 성적을 올려 꼭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유진 군(17)은 “이런 자리가 더 열심히 공부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파티를 후원한 김명수 변호사는 “후배들을 응원하는 자리를 계속 마련할 수 있도록 (김 교사를) 돕겠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동성고#자율형사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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