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티즌들이 ‘화웨이로 휴대폰 바꾸라’고 나를 욕하지만 나는 계속 아이폰을 쓸 것이며 이것은 하나의 도량을 보여주는 것”
“중국이 대규모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오늘날 외국 브랜드를 차별하면 안 된다”
중국 내 지나친 애국주의와 민족주의가 개혁개방의 후퇴로 이어질 것 우려한 듯

8일 중국 베이징(北京) 런민(人民)일보사에서 ‘미중 게임과 세계정세 변화’를 주제로 열린 환추(環球)시보 연례 토론회. 이날 오전 개막 축사를 위해 연단에 오른 후시진(胡錫進) 환추시보 총편집인은 갑자기 자신의 아이폰을 들어 보였다. 환추시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 이 발언은 중국 화웨이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의 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1일 캐나다 경찰에 체포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중국에서 ‘아이폰 등 미국 제품 불매, 화웨이 구매 지지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후 총편집인은 올해 4월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를 제재한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나는 매우 흥분해서 미국을 욕하면서 ‘오늘 밤(제재 당일)부터 나와 환추시보인(人) 모두 ZTE인’이라는 글을 (중국의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 올렸다”고 말했다. “다음날 누군가 내가 아이폰으로 글을 올렸다고 비난했고 (이 비난 여론이) 쫙 퍼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나는 아이폰을 포기하고 ZTE나 화웨이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아이폰이 익숙해 계속 썼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이어 “멍 부회장 체포 사건 이후 나는 아이폰으로 화웨이를 지지하는 글을 (웨이보에) 올렸다.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화웨이로 바꾸라’고 나를 욕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나는 계속 아이폰을 쓸 것”이라며 “이것이 하나의 도량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이 대규모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오늘날 외국 브랜드를 차별하면 안 되고 외국 상품이 더 공평한 경쟁 환경을 얻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폰 불매 운동으로 자신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오자 후 총편집인이 이런 지나친 애국주의가 개혁개방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고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환추시보가 그동안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주중국 캐나다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멍 부회장을 즉각 석방하지 않으면 심각한 후과를 낳을 것이고 캐나다가 이에 대해 전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캐나다 검찰은 7일 열린 멍 부회장의 보석 심리에서 화웨이가 홍콩에 설립한 스카이콤(Skycom)을 이용해 멍 부회장이 금융기관들을 속이고 이란과 거래한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