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기환]개인의 삶과 기업 미래 바꿀 디지털 기술, 역량 끌어올릴 전략적인 준비 이뤄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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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상명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권기환 상명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미래형 디지털 기술이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3D프린팅,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디지털 용어가 일상용어가 됐고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애플 등 기업들은 디지털 전략을 선도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혁신적인 가치를 창조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국내·외 기업들도 디지털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서 디지털 전략이란 미래형 디지털 기술들을 활용해 새롭게 등장하는 비즈니스 기회와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기업의 생존과 성장 가능성을 높이려는 통합된 자원 배분 의사결정의 체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ING생명은 33개의 정형화된 업무에 컴퓨팅 기반 프로세스 자동화를 도입함으로써 처리 속도를 51% 향상시켰고, 노스페이스는 IBM 인공지능인 왓슨(Watson) 기반의 온라인 쇼핑 비서 앱을 통해 고객에게 최적의 아웃도어 재킷을 추천하고 있으며, 히타치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인 루마다(Luma da)를 구축하고 이를 기존의 강점인 운영 기술과 결합시켜 글로벌 고객 기업의 스마트 팩토리와 공급망의 효율성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의미 있는 디지털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다음의 네 가지 전략적 이슈에 대한 종합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것을 뜻한다. 우선, 미래형 디지털 기술들이 기업 비즈니스 시스템의 비용 구조를 어느 정도나 변화시킬 것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다음으로, 미래형 디지털 기술들이 혁신적인 고객가치 제안이나 새로운 시장 공간을 어느 정도나 창출할 수 있을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또한, 미래형 디지털 기술들이 산업의 수요와 공급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도 파악해봐야 한다. 그리고 미래형 디지털 기술들이 잠재력이 큰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해낼 수 있을 것인지도 점검해봐야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몇몇 기업들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디지털 전략을 통해 생존과 성장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상당수는 과도한 초기 투자와 불분명한 기대 효과로 인해 특정 기능의 일부를 디지털로 대체하는 방안 정도를 검토하며 아직까지 이것저것 고민만 하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듯하다.

이런 현실적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디지털 경제의 작동 원리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미래형 디지털 기술의 특성으로 인해 생산자인 기업보다는 소비자인 고객에게 돌아가는 가치의 몫이 획기적으로 증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고객으로부터 선택받은 일부 기업이 시장성과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둘째, 디지털 기술이 바꾸어 놓을 산업의 미래가 무엇인지 청사진을 제대로 그려봐야 한다. 개별 제품이나 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산업 자체가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기존의 B2C 업종이 B2B 업종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없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기업은 어떤 디지털 차별성으로 경쟁할 것인지를 전략적으로 판단해봐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플랫폼과 생태계의 등장에 따른 산업의 융합 가능성을 신중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셋째, 자신의 기업이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래형 디지털 기술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가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직 구성원들이 디지털 전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도들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조직 분위기를 성숙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적 준비가 이루어져야 기존의 핵심 역량을 레버리지(leverage)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솟아나게 될 것이다.

넷째, ‘양손잡이형 조직’으로의 변신이 필요하다. 미래형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기존 사업의 성과를 개선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객 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존 역량 개선을 위한 내부 연구개발(R&D) 활동뿐만 아니라 새로운 디지털 역량을 외부로부터 끌어들이기 위한 오픈 R&D 활동 역시 적극적으로 수행해 나가야 한다.

기업가가 디지털 전략으로 변신에 성공한 기업들이 좀 더 많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어쩌면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아마 그전에 자신의 기업이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권기환 상명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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