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면 협상 깨겠다”… 막판 지역구 SOC예산 나눠먹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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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예산안]여야 할것없이 지도부 지위 남용
도로-전철사업 증액편성 줄이어… 새만금 등 호남예산 눈에 띄게 증가
쪽지예산 청탁금지법에 막히자 예결위원 통해 공식심사 요구… 예산안 통과전 “확보” 홍보도

본회의 속개에 항의 정세균 국회의장(오른쪽)이 5일 오후 9시 56분경 예산안 부수법안인 ‘법인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의장석으로 가서 한국당이 자리를 비운 사이 본회의가 속개된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정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본회의 속개에 항의 정세균 국회의장(오른쪽)이 5일 오후 9시 56분경 예산안 부수법안인 ‘법인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의장석으로 가서 한국당이 자리를 비운 사이 본회의가 속개된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정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여야는 5일 막판까지 진통을 겪으면서도 의원들의 지역구와 관련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은 합심해 대폭 올렸다.

당초 정부는 SOC 예산을 작년에 비해 4조4000억 원(20%) 줄인 17조7000억 원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집요한 지역구 예산 챙기기가 이어지면서 전체적인 정부 SOC 예산은 정부안에 비해 1조3000억 원(올해 대비 14.2% 감소)이 늘었다.

○ “지역예산 안 주면 협상 깨겠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전북 남원-임실-순창)은 4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순창 밤재터널 및 임실 옥정호 수변도로 건설 사업 예산과 관련해 “기재부 담당 예산국장이 힘들다고 고개를 흔들길래, 그렇다면 예산 합의를 통째로 깨버리겠다고 압박했다”라고 적었다. 이 의장의 행동을 두고 정치권에선 “개인의 지역구 예산을 위해 원내지도부의 지위를 남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이런 지역예산 챙기기는 이 의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4, 5일까지도 예산안을 막판 심사·정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는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막바지 분배로 분주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충북 청주 관련 예산으로 중부고속도로(남이~호법) 확장사업 예산은 8억 원이, 국도25호선(남일고은~상당지북) 확장공사 예산은 5억 원이 국회에서 증액됐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와 관련해서는 노원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비에 1억2500만 원이 더해졌다.우 원내대표 측은 "법무부 지원 예산인데 서울시 실수로 지원 요청이 누락돼 이번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여야 예결위 간사의 지역구 관련 예산도 속속 증액됐다. 경기 파주 출판단지 세계문화클러스터 육성 예산 7억 원 등은 윤후덕 의원(경기 파주갑)의 지역 사업이다. 예결위 한국당 간사 김도읍 의원(부산 북-강서을)은 부산 지역 예산(부산 강서구 대저1동 지원 예산 5억 원, 부산 미음동 화물차 공영차고지 건설 예산 131억 원 등 증액)에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도 여당인 민주당 이춘석 사무총장(전북 익산갑)은 전북 익산역 방음벽 건립 예산(17억 원)과 익산시 하수찌꺼기 감량화 시설 설치 예산(5억 원) 등을 별도로 요구해 따냈다. 민주당 대표비서실장인 김정우 의원(경기 군포갑)은 수도권 경부선 급행전철 사업을 위해 50억 원으로 편성된 정부안에서 150억 원을 증액시켰다. 수원발 KTX 직결 사업 예산 역시 정부안 대비 100억 원을 늘렸다.

한국당 원내부대표이자 예결위원인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을)은 인천발 KTX(송도역 출발) 사업을 위해 정부가 제출한 135억 원을 235억 원으로 올렸다. 천재지변의 ‘도움’도 있었다. 김정재 의원(경북 포항북)은 지진 관련 예산(복구비, 대피시설 설치 등) 523억 원을 추가로 받았다.

△호남선 KTX 288억 원(정부안 대비 134억 원 증액) △목포∼보성 남해안철도 2677억 원(678억 원 증액) △광주∼완도 고속도로 1000억 원(545억 원 증액) 등은 김동철 원내대표와 박지원 황주홍 윤영일 의원 등 대부분 국민의당 의원의 지역구와 관련된 증액 예산이다.

○ 가결 전 “예산 확보” 보도자료

청탁금지법 시행 등으로 예전처럼 예산 심사 마지막 날까지 예산안조정소위 위원들에게 쪽지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쪽지예산’ 행태는 사라졌다. 예산 심사 과정에서 지역구 의원들은 소위 개최 전까지 예결위원들을 통해 요구 예산 항목을 정리해 소위에 제출하는 ‘공식 심사’ 형태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제출된 항목을 관철시키기 위해 소위 위원들과 기재부 간부들을 상대로 한 로비·압박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예산 확보전뿐 아니라 지역구민에게 자신들의 노력을 보여주려는 홍보전도 이어졌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되기 전에 이미 “광주 지역구 의원들과 합심해 호남고속철 2단계 사업과 광주∼강진 고속도로 예산 등 1908억 원을 확보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한국당 정용기 의원(대전 대덕)은 “신탄진 인입선로 이설 사업 예산으로 국비 8억 원을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송찬욱·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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