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美…다시 고개드는 韓日 핵무장 가능성과 선제 타격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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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부탁을 들어달라는 게 아니다. 중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을 해달라는 것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중국에 대한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개발 시계는 째깍째깍가고 있는데,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떠밀려 찔끔찔끔 대북제재를 내놓으며 북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미국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북한이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호를 쏘아 올리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자, 미국은 다급해졌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선제타격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 핵도미노 ‘게임 체인저’, 북 미사일

맥매스터 보좌관은 사실상 북한의 핵미사일이 동북아시아의 연쇄 핵무장과 세계 안보 질서를 일거에 뒤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중국과 러시아에 경고했다. 미국이나 동맹국은 물론이고 중국 이익의 관점에서도 핵개발을 막기 위해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차단 등에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북한의 핵에 대한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일본 등이 연쇄적으로 핵무장에 나서면 중국이나 러시아도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특히 중국이 가장 걱정하는 동북아시아 안보 균형이 무너지고 핵을 가진 한국과 일본을 맞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다.


북한 핵이 동북아 핵확산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인식은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시각과 일치한다.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개발한다면 핵무기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한국이 반드시 핵개발을 할 것이고 일본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과학자협회(FAS)의 찰스 퍼거슨 전 회장이 작성한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4개의 원자로와 핵폭탄을 4300개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분량의 사용후 핵연료가 있으며 일본은 자국 내에 10t, 해외에 37t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핵무기를 제조할 역량이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과 일본 외에도 호주, 미얀마, 대만, 베트남에서도 다른 나라가 핵무장을 하면 비핵화 지대로 남아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전략자산 전개, 나토식 핵문제 자문그룹 등 대안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일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5대 원칙을 발표하며 독자 핵무장과 미국 전술핵 배치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거듭될수록 한국 내에선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여론이 득세할 수밖에 없다. 미국 내에서는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한 우려와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한국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도 나오고 있다.

리처드 소콜스키 카네기평화재단 수석연구원은 38노스에 기고를 통해 한국의 전술핵 배치가 남북간 핵전쟁 가능성을 높이고, 북한의 단거리핵미사일 개발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콜스키 연구원은 전술핵 배치 대안으로 탄도미사일 잠수함이나 핵탄두 탑재 가능한 이중용도 전투기의 한반도 전개를 더 강화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계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처럼 한미간 핵정책과 계획 등을 논의하는 ‘한미 핵자문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신설을 제안했다.
● 다시 고개드는 선제타격론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은 냉전시대에 구소련을 외교와 군사력으로 강하게 몰아부쳤던 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전날 레이건 국방포럼에 참석해 “레이건 대통령은 외교와 군사력이 모두 중요하고 동등한 국력의 도구라는 걸 이해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취임 첫날부터 외교 경제 군사 정보 첩보 사법적 노력을 정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군사력을 강조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날 “대통령은 살인, 불량 정권이 미국을 지구상 가장 파괴적인 무기로 위협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대통령과 미국은 그것을 처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필요할 경우군사 옵션까지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공화당의 대북 강경파인 린제이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도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북한이 핵탄두로 미국을 공격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선제공격이 마지막 수단(last resort)이라는 것을 뜻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스캔들과 뮬러 특검의 조사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이고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해 북한에 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브리엘 숀펠트 전 미트 롬니 선거캠프 수석자문관은 “만약 트럼프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리를 지키려고 한다면, 평생 가장 두려워하는 최악의 굴욕을 피하려고 한다면, 미국의 최대의 적인 북한의 김정은이 그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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