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치료하는 건 이벤트가 아니다”…이국종 교수 브리핑 전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2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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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센터장은 22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지하 1층 아주홀에서 북한 귀순병사 오모 씨(24)의 상태를 브리핑했다. 이날 오전 10시 55분 시작한 브리핑은 오후 2시 10분에야 끝났다. 이 교수는 3시간 15분 동안 오 씨의 병세와 수술경과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근거 없는 비방에 대한 괴로움까지 솔직히 밝혔다. 다음은 이 교수의 브리핑 내용 전문을 정리한 것이다.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하다. 홍보팀도 그렇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 환자보다 위중한 환자들도 많다. 오늘도 이 기상에 헬기 뜨는 거 보셨을 거다. 어제도 헬기 출동 다녀왔다.

-사실 오늘 환자 브리핑은 거의 없을 겁니다. 보도 자료로만 대체한다고 했는데. 최근 며칠간 벌어진 일련의 문제 때문에 병원장이 격노하셨다. 그제도 병원장실에서 2시간 불려가 있었다. 어제도 1시간 반. 외상센터 지을 때 면담한 횟수보다 이번 일주일에 면담한 횟수가 더 많다고 생각될 정도다. 소위 빅5는 외부에서 사건이 터져도 견딜 힘이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병원장이 브리핑 취소하라고 했는데, 외신 기자까지 온 마당에 취소하면 창피한 일이다.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파워포인트나 더 자세하게 드릴 수도 있었는데, 자세히 못 하는 걸 이해해 달라.

-나도 이런 상황까지 온 데 자괴감이 든다. 의사들이 환자에 대해 그렇게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칼을 쓰는 사람이다. 살인자가 쓰는 칼과 칼 잡는 각도만 다르다. 나도 사람 몸을 가르고 들어가고, 장기를 떼어내고 혈관을 발라낸다. 외과 의사들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전문화된 일에 특화된 사람들이다.

-환자 정보를 충분히 주지 못해서 자괴감이 든다. 오늘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파워포인트 좀 띄워주세요 라고 말함) 저희가 왜 이렇게 밖에 못했는지 말씀하겠다.
▽‘인격 테러’ 비난 관련한 입장

-환자 치료하는 건 이벤트가 아니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수술 다음날 눈 뜨고, 걸어나가는 건 영화에서나 있는 일.

-보도자료 보고 있을 거다. 오히려 환자 정보에 대해 1차에서도 담지 못했던 것들이 있다. 기생충보다 문제가 되는 건 만성 b형 간염이다. 바이러스 간염이다. 간경화나 간암까지 갈 수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노출하지 않으려고 애쓴 게 첫 번째 보도자료였다.

-이걸 오늘 말하지 않으면 다시 말할 기회가 없을 거고, 논란과 의혹만 제기될 거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말한다. 시간 너무 많이 빼앗아서 미안하고, 바쁘신 분들도 많을 거다. 나도 이런 얘기하는 상황이 괴롭다.

-여러분은 환자에만 포커스를 맞추지만, 내가 어제 데려온 환자, 오늘 데려오고 있는 환자들, 전부 외상센터 의료진이 사투를 벌이는 환자다. 그런 환자가 150명이 있다. 100병상으로 만들었는데 1달 반 만에 다 찼다.

-제가 여기 오기 30분 전부터 외상센터에서는 환자를 더 수용하지 못해 소방방재청에 바이패스를 걸었다. 더 못 받는다는 얘기다.

-동아일보 박민우라는 기자가 있다. 석해균 선장 치료 때 단편적인 기사, 지엽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을 보고 백그라운를 봐야 한다고 혼낸 적 있다. 지금은 잘 성장해서 특파원으로 가있다. 그런 기자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

-북한 병사는 본인 의사로 넘어왔다. 대화를 많이 나눴다.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4발 이상 맞아. 자기가 생각한 한국의 긍정적인 모습을 기대하고 왔다. 중증외상 환자가 자리가 없어서 죽는 걸 보려고 온 게 아닐 거다.

-주한 미8군의 더스트오프팀이 사고 현장에서 여기로 이송하는 데 30분 걸렸다. 내가 배웠던 미국 일본 영국의 스탠다드다.

-나는 정책 결정의 말단이다. 외상센터를 만든 건 국회 허윤영 전문위원이라고 생각한다. 그 분이 세워준 거나 다름없다. 언론이 여론을 만들어 주고. 관료들의 역할이 컸다. 사선을 넘어 왔다.

-한국에서 기대하는 삶의 방향은, 위험한 일을 하다가 다쳤을 때 30분 내로, 헬기든 앰뷸런스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 적어도 1시간. 골든아워 내에 수술이 이뤄지는 걸 원해서 온 거다. 헬기 안에서 적절히 치료해서 왔는데. 그런데 정작 한국에 살면서 사고가 났는데. 전화 걸 데도 없다면. 끈이 없어서 응급실에 쳐깔려 있다가 죽으면 무슨 의미냐. 거기 역할해 줘야 하는 게 언론인들이다. 간곡히 부탁한다.

-내가 마지막이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복지부와 외상센터에 대해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 중증외상센터가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에 대해서 나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 우리 병원에도 외과 전문의가 없다. 내가 전공의 폭행 폭언한다는데, 때릴 전공의가 있어야 때리죠. 외과에서는 1980년대에 없어진 일이다.

-대한민국에선 이대론 중증외상센터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현실에서 앞날이 한발치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보고 마지막까지 버티는 게 저희 팀원들이다. 감염 환자의 피를 뒤집어쓰고. 내 다리 까서 보여줄 수도 있다. 헬기가 장관용이나 민항기가 아니다. 내 다리 어제 또 긁혔다. 그 상태로 수술 들어갔다. 환자 치료할 때 그 환자가 에이즈 환자라면? 나는 에이즈 환자인줄 모르고 사전 검사 없이 수술한 적도 있다. 검사 키트 쓰려면 의료보험 삭감 대상이거든. 고스란히 내 적자로 떨어진다. 에이즈, 간염, 매독 등 질환에 대해 미리 검사하고 들어갈 수가 없다. 다리에 상처 생긴 채로 피를 뒤집어쓰면서 일한다.

-간호사가 비행하다 유산한 적 있다. 수석 코디는 쓰러진 뒤 다시는 비행을 하지 못했다. 손가락 부러진 간호사가 사직했다. 그때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았다. 나도 어깨가 부러졌었다. 손배 청구하지 않겠다고 각서를 쓴다.

-환자 인권 침해 말하기 전에 인권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중증외상센터 직원들 고려해달라. 한국에 있는 병원은 영미권 병원보다 직원 고용을 3분의 1밖에 안 한다. 1대 1 넘어가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간호사가 그만 두는 거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에 진정성 있게 다루지 않으면? 그저 환자가 깨어났나요. 무슨 얘기를 했나요. 이런 데 에너지를 다 쓰는 것보다는 간곡히 부탁한다. 이 꼴 보자고 목숨 걸고 탈출한 게 아닐 거다.
▽환자 프라이버시 이슈 관련

-북한군 치료한 게 처음이 아니다. 전에도 북한군 다쳤을 때 더스트오프팀이 데려왔다. 그땐 언론이 모르게 컨피덴셜(대외비)로 처리했다. 이번엔 이렇게 일이 커져서 당혹스럽다.

-환자 인권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다만 하나만 알아 달라. 나도 여기서 월급 받는, 힘들게 직장 생활하고 있는 사람이다. 내 인생의 최대 희극은. 얼마 전까지 (병원에서) 나가라고 했는데 석해균 선장 치료하고 나니 ‘명의’ 촬영을 하러 왔다. 내 진료 명단이 인터넷에서 지워졌었다. 진료 스케쥴 표에서 내 이름이 삭제됐었다. 그랬던 나한테 촬영하러 온다는 거야. 얼마나 웃기나.

-조선족, 네팔, 필리핀, 주한미군 등.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해서 우리 헬기를 출동시키지 않거나 원칙 밖의 진료를 한 적이 없다. 그렇게 사느니 그만두고 말지. 월급도 많이 못 받는데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을 보면 한반도 전체 거주민이 우리 국민이다. 그래서 인권 보호 생각 많이 했다.

-저널리즘에서는 알 권리가 중요하지 않나? 더 이상 환자팔이 안 한다. 여러분 북한군 때문에 오신 거죠? 환자 괜찮을 거다. 안 죽을 거다.
▽석해균 선장 관련

-지금부터 얘기하는 건 처음 공개하는 거다. 이걸 정확히 공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가 비밀 유지해달라고 했을 때 나는 아무 얘기 안 했다. 석 선장 구하러 갔을 때도 나는 핸드폰도 놓고 갔다. 그런데 오만에 도착하니 이미 방송사들이 기다리고 있더라.

-그때도 스위스 앰뷸런스 비행기 빌려서 갔다. 우리는 비행기가 없어서 빌리나? 어떻게든 국적기를 가져가야 하는 거 아니냐. 석 선장도 미 해군 도움이 없었으면 가지도 못했다. 청해부대에 있는 헬기로는 안 된다. 그런 게 독자 작전 능력이다.

-(석해균 수술 장면 사진 띄우며) 이 사진은 지금까지 공개한 적 없다. 출판 동의서도 받았는데도 그러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공개하는 이유는 이번 북한군 얘기 때문이다. 석 선장이 보여주라고 했다. 어제도 통화했다.

-병원장이 사방에서 전화 받느라 고생해서 3시간 동안 인터넷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병원장에게 불려가 있는 시간 동안 환자를 못 봤다. 이게 환자 인권 침해다.

-의사 입장에서 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게 뭐인 거 같나? 환자의 목숨이다. 누구나 다 알지 않나. 그렇다고 환자 정보를 다 공개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저만 해도 SNS가 안 되는 블랙베리를 쓴다. 다른 데 조금이라도 신경을 안 쓰고 환자에게 집중하려고 하는 거다. 그런데 정말 그 환자 인권을 생각한다면. 병원장 화나면 굉장히 안 좋다. 거기 잡혀 있으면 그게 환자 인권을 깨는 거다.

-석 선장 성남공항 도착 2시간 전에 드레싱한 거 보라. 고름이 삐져나왔다. 이번 북한 병사도 다르지 않았다. 여기 변 안 보는 사람 있나?

-석 선장 때 이명박 대통령 주치의가 들어와서 보고 있었다. 서울대병원 수장들이 다 있었다. MB에게 환자 어렵겠다고 보고했다. 보라. 병변이 다 썩어있다. 3차 수술 때에야 간신히 몸을 닫았다.

-이런 수술을 하고 있는데, 별 것 아닌 환자 데려다가 쇼한다고 난리가 났었다.

-북한군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태극기 걸려있다. 51사단에서 준 작은 훈련용 깃발을 붙여 놨다. 안정감을 주려고 통상적으로 하는 거다. 석해균 때도 그랬다. 해군기 걸었다. 그런데도 쇼한다고 해.

-(‘2016년 국정감사 기간’이라고 적힌 슬라이드 띄우며) 2016년 10월 13일에 발송된 메일이다. 석해균은 ISS 8점이라고. 15점 이상부터 중증외상이라고 잡는다. 그럴듯해 보이죠?

-여기 이 분은 이상한 의사가 아니다. 아주대병원이 첫해 떨어졌다. 이 병원은 첫해 선정됐다. 이 병원엔 헬리콥터도 있다. 한국 최고 의료기관이다. 복지부의 영향력 강하다. 이런 사람이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걸 날리면, 의원들이 누구 말을 믿을 것 같나. 이 사람은 차차기 병원협회장 할 수도 있다.

-석 선장 때 단 한 장도 고름 구멍, 고름 구멍 공개 안 했다.

-누가 그러더라. “이국종 네가 빅5 중에 하나이거나 SKY 출신이면 그 사람이 그렇게 엉겼겠냐?”라고. 아침부터 이런 말해서 미안하다. 그런데 이 분이 우리 의료계를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우리 어머니가 ‘너 같은 삐리는 뼈도 못 추린다’라고 자주 한다.

-우리는 이런 거(음해) 받아가면서 일한다. 중증외상센터에는 내가 다 면접해서 뽑은 사람 300명 모여있다.


▽트라우마 액션


-우리 병원장은 강철 같은 분이다. 순환기내과 중에서도 중재적 시술을 할 때 손이 빠르다. 한 치도 벗어나는 걸 못 보신다. 그래서 2차 수술 사진을 더 자세히 못 보여드리는 걸 이해해 달라.

-30%가 야간 출동이다. 내 다리 보라. (걷어 올리며) 이 상태로 B형 간염, 에이즈 환자 피를 뒤집어쓴다.

-나는 해군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고 나간다.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이다. 동료들 보고 나가는 거다. 절대 다른 생각하고 나가는 거 아니다.

-북한 청년은, 비록 북에서 왔지만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도 좋다. 한국인이 자기 팔 찔려서 헌혈한 혈액을 1만2000cc를 수혈했다. 세 번 이상 자기 피가 워시아웃됐다. 그걸 다 채웠다고. 3번 이상. 여러분이 월급에서 매달 공제하는 건보료에서 투입해서 치료비 대는 거다. 이번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게 가는 거다.

-우리도 무식하지는 않아. 쉴드 마스크 쓰는 이유가 그거다. 피와 똥물이 끼얹어 들어온다.

-기생충 사진 보여준 이유가 이거다. 이걸 안 보여주고 있다가 나중에 장이 터지면 어떻게 되겠느냐. 교과서에도 기생충이 장을 잘 터트리는 걸로 나와 있다. 이 환자는 감염, 오염 다 해당됐다. 혈압이 안 잡혔어. 60(mmHg)도 안 됐어. 심장은 뛰는데 혈압이 안 잡혔어. 활력학적으로 불안정했다. 석 선장 때도 내가 하나도 얘기를 안 했다가 7년 동안 당했다. 나는 욕먹어도 상관없다. 그런데 나와 함께 일하는 300명은. 매번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불구만 되지 말라고 기원하면서 출동한다.

-우리는 해군의 한 파트다. 해양연구원의 일원이다.
▽왜 더스트오프팀이 아주대병원으로 왔나?

-어떤 기자가 물어보더라. 효순이 미선이를 아느냐고 누가 물어보더라. 왜 외국장병 치료하냐고. 미군과 결탁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쪽도 있다. 영미권에서 트레이닝 받았다. 외상 센터는 퍼블릭이다. 미군은 CIA에서 감사도 나온다. (양복 입은 흑인이 감사하러 온 동영상 보여줌) 20분 전에 알려주거나 그냥 온다. 바로 한 달 전 일이다.

-헬기장 없었다. 의대 앞에 헬기장 길바닥에 H마크 그렸다. 노루표 페인트 가져다 내가 그렸다. 2003년에 미군으로부터 기껏 배워왔는데. H마크 없다고, 주변에서 소음 민원 들어온다고 포기하면 아무것도 안 되지 않나. 아버지 성함 이범홍. 국립묘지에 계시다.

-왜 아주대병원으로 왔는지, 결탁한 거 아니냐고 하는데.

-해군들이 저렇게 실제로 와서 복무하고 있다. 이호준 소령도 같이 수술했다. 올해 3월 왔다.

-사람에 충성하지 말고 조직에 충성하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반대다. 사람만 보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종성 장군을 중령 때부터 봤다. 이호준 소령이 근무하는 건 그의 덕분이다.

-북한 청년이 온 건 어디서든 30분 내에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꿈꾸며 온 거다.

-시민단체 한쪽에서는 나를 빨갱이라고 한다. 한쪽에서는 보수꼴통, 아니다 적폐라고 한다. 요즘엔 적폐라고 그러죠.

-나랑 같이 비행 많이 한 간호사다. 감사할 때 미리 연락 있었나? (연락 없이 왔습니다)

-(북한 병사 병실 문 위에 걸어놓은 태극기 사진을 보여주며) 환자가 가장 잘 보는 곳에 걸어 놨다.

-정책의 혜택이 말단 노동자에게 도달하지 않는 상황을 너무나 많이 봤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틀어 막혀 있을 때 수호하는 사람이 누구겠냐. 관료, 정치권? 허윤정 전문위원이라고 쳐봐라. 자기 목을 걸고 만들었다고. 석 선장을 꺼내준 것도 그 분이다. 다른 당인데도 여야를 초월하고 다녔다.

-저는 전주 이 씨 광평대군파다. 우리는 언젠가 묘지로 간다. 나는 그 생각을 분명히 갖고 있다. 정책을 보내줄 때까지만 일을 할 거다. 환자의 인권을 함부로 생각하는 게 아니다. 환자 인권 생각하는 정성의 100분의 1만이라도 오염된 주삿바늘에 찔려야 하는 의료진에 보내달라. 몸무게 50kg도 안 되는 간호사가 100kg 넘는 환자 욕창 방지한다고 용쓴다. 거대 담론에서만 하지 말고 디테일로 들어가 달라.
▽일문일답

-당시 환자는 상지에 관통상. 우측 상박. 우측 슬관절. 좌측 액와 부위로 사출된 관통상이 있었다. 혈류 장애가 있어서 절단도 고려했지만, 지금은 진행 상황이 좋다. 상처가 워낙 커서 재절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 외에는 경과 지켜보면서 하겠다.

(문) 아주대병원이 직접 환자 상태 브리핑 하는 건 처음이지? 지금 수십 개의 기사가 ‘정부 소식통’이라는 출처로 나왔다. 단독도 엄청 많았다. 그 소식통을 보며 어떤 느낌이 들었나? (답) 저는 인터넷도 안 되는 폰을 쓴다. 환자의 상황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다. 많은 오보가 나오면 혼란이 있을 수 있으니 통제를 하려고 한 것 같다. 보안이 유지되지 않는 건 나도 걱정된다.

(문) 군은 환자 상태에 대해 “관련기관에 물어보라”고 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

(답) 합참에서 오히려 의료기관의 전문성을 인정해서 그렇게 한 거 같다. 특별히 문제 있다고 생각 안 해. 군사적인 부분은 내가 말하지 않으니까.

(문) 환자가 합동신문 받을 상태인지?

(답) 그런 건 공개하면 안 돼. 합참의장과 새벽 2시까지 메시지 주고받는다. 합참의장도 적극 동의. 공군 총장 때부터 모셨던 분이다. 여러분 자부심 가지셔도 좋다. 해외 파병된 병력이나, 국적기를 띄우지 못한 걸 뼈아프게 생각한다. 제주도에서 폭풍 칠 때 총상 환자 구하러 간 적 있다. 그 때 직접 허큘리스를 어레인지 해줬다. 오버베드도 많이 한다. 정해진 병상보다 환자를 많이 받는 것. 보건복지부 내규 위반이다. 나는 위반하는 내규가 많다. O형 혈액을 그냥 들고 나가는데 그것도 규정 위반이다. 내가 형사범으로 기소되거나 하면.

(문) 그래서 합동신문 받을 상태냐?

(답) 아니라고 했고, 군에서도 그렇게 인지해서 신문 안 하고 있다. 심지어 부모님 사는 동네 이름도 안 물어봤다. 고향 생각 날 까봐. 가족 얘기도 안 물어봤다.

(문) 북한군 상태가 좋아졌다는데, 교수님 입으로 전해 듣고 싶다. 호전될 가능성도 묻고 싶다

(답) 혈액을 굉장히 많이 수혈 받아. 그래도 특수 훈련을 받은 친구라서 그런지. 예상했던 것보다 잘 견디고 있다. 회복 속도가 빠르다. 석 선장도 기관 삽관 제거했다가 다시 넣었다. 14시간 만에. 그때 신난다고 (발표)했다가 혼란 생긴다. 그렇다고 매일 브리핑할 수도 없고. 기관 삽관을 했다가. 일요일 오후부터는 뺐다. 처음에 굉장히 괴로워했다. 비몽사몽이다. 아주 처음엔 ‘남한입네까’ 이런 얘기는 못 한다. 월요일 아침쯤 되니까 격렬한 통증에서 간신히 벗어날 정도가 됐다. 어제부터 좀 좋아졌다. TV 틀어주고 그런 거 맞는다. 이제 물을 먹기 시작했다. 미음, 죽 등으로 올라가야 한다. 미음도 약한 미음에서 진한 미음. 저희 병원에서 밥까지 가지는 못할 거다. (밥 먹을 정도로 호전되기 전에 병원 옮긴다는 얘기) 기본적으론 장 폐색이 해결돼야 한다.

(문) 후유증 위험도 있다는데? 절단 가능성은?

(답) 기생충은 해결됐다. 물을 먹기 시작하자마자 쏟아 부은 게 기생충 약이었거든. 그런데 바이러스 부분은 만성화돼서 가기 때문에. 내과 진료 받으면 될 듯.

(문) 환자와 어떤 얘기했나

(답) 음악 얘기 많이 했다. 음악 틀어달라고 해서라고 하는데. 환자가 처음 노래를 틀어달라고 명료하게 얘기한 게 아니라. 아마 보고가 올라가면서 와전된 거 같다. 통상 중환자실에서 깨울 때, 기관 삽관을 제거하고 나면 정신을 못 차린다. 그 때 환자 깨우는 게 가족과의 면회 뿐 아니라 음악이다. 더 나아가 TV이고. 어제부터 TV 설치해서 틀어주고 있고.

(문) 먼저 틀어달라고 한 것은 아닌가

(답) 제가 틀어준 거다. 내가 몇 개 틀어주고, 어떤 게 좋냐고 물었다. 환자 취향을 물어보고. 그렇게 경각심을 증가시키는 거다.

(문) 고개만 끄덕이고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인지, 말을 할 수 있는 단계인지

(답) 지금 상황에서요? 지금은 어떤 노래가 더 좋다고 얘기할 정도. 나는 이게 좋은데 너는 저게 왜 좋니라고 농담할 정도.

(문) 자기 의사 표현을 말로 할 단계인가

(답) 맞습니다. 아직도 쳐져 있긴 합니다. 그런데 좀 빨리 (상태가) 올라왔습니다. 보통 사람보다.

(문)귀순 과정에 대해 얘기한 건?

(답) 총 맞아서 아팠다고 해.

(문) 왜 귀순했는지는

(답) 그런 건 내가 묻지도 않았다. 아프다는 얘기도 내가 먼저 귀순 때 어땠냐고 물어본 게 아니라, 진짜 아팠는데 지금은 덜 아프다고 한 거다.

(문) 신문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하려면?

(답) 저는 가능하면 한 달 정도 쭉 가라고 하고 싶다. 마음도 괴로우니까. 합참 의장에게 그렇게 건의했다. 합참 의장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빨리 하면 뭐합니까? 어차피 여기 살 건데.

(문) 청와대 청원도 올라왔다. 중증의료 지원해야 한다고. 어떻게 생각하나?

(답) 몰랐다. 정부 정책에 대해 건방지게 얘기했다가는 안 좋은 얘기를 들을 수 있다. (노코멘트하겠다는 것)

(문) 호전되면 전원 계획도 있다고 했는데

(답) 다음 스텝이 있다. 중환자실에 있다가, 의식이 깨면 일반 병실로 올라간다. 다음 스텝은 일반으로 가는 거. 지금은 물만 먹는 상태다.

(문) 일반 병실에 언제 올라가? 수도통합병원에 간 건?

(답) 그건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냐.

(문) 의료진이 스스로 요구한 건 없나

(답) 아프다고 한 것 외에는. 이것저것 요구하는 캐릭터가 아닌 것 같다.

(문) 남한 노래를 선호했나?

(답) 세 곡을 틀어줬다. 소녀시대 Gee가 있었다. 락버전이 있고, 네메시스 인디밴드가 부른. 재밌게 하려고. 그런데 이 친구는 오리지널 걸그룹이 부른 게 좋다고 하더라. 나머지 2개는 남자가 부른 거거든. 그래서 ‘나는 남자 노래가 좋은데 넌 왜 여자 노래가 좋니’라고 농담으로 물어보기도 했다. 야구 얘기도 하고. 가급적 한국 뉴스는 못 보게 하려고. 채널 선택권은 안 주고 있다. 그래서 영화 전문 채널을 틀어줬다. 미국 영화를 좋아한다. 잘 본다.

(문) 혈중알코올농도는

(답) 그런 건 검사하지 않는다.

(문) 지금까지 나온 보도 중 사실과 다른 게 뭐가 있나

(답) 죄송한데 내가 보도를 본 게 아니고 홍보팀장이 서머리해서 준 거 정도만 봤다.

(문) 25살 오 씨라는 건?

(답) 이름하고 성별은 물어봤다. 나이는 캘리그레이션 해서 알아봤고.

(문) 나이가 25살이라는 건 맞나?

(답) 그걸 내가 얘기할 수 있나? 25세 남자. 만으로 24세 남자라는 건 맞는다.

(문) 생일은?

(답) 그건 좀. 중요한 거 아니니까요.

(문) 성은 오 씨가 맞나?

(답) 오 씨 맞다.

(문) 북한군 전에도 치료한 적 있다고? 그때도 기생충 봤나

(답) 그땐 못 봤다. 그렇게 긴 건 정말로 처음 봤다. 예전 환자는 심한 외상이 아닌 더 단순한 환자였다.

(문) 격앙된 이유가 여론이 안 좋았다는 건데, 실제로는 많은 국민이 응원하고 있다. 석해균 때와 비교하면 어떤가?

(답) 석해균 선장은 다른 의사는 8점도 안 됐다고 했는데, 실제로 18점 나왔다. 이 사람은 실제로 22점 나왔다. 그런데 계산식은 중요하지 않다. 15점 넘어가면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 상황이거든.

(문) 환자의 계급 같은 건?

(답) 그런 건 나랑 전혀 얘기 안 했고. 어제는 영화 봤다. 트랜스포터. 제이슨 스타뎀 나오는. 거기 차량 빠르게 모는 장면 보면서 자기도 운전을 했다고 하더라. 그런 식으로 환자가 얘기를 해주면 내가 듣는 거지, 내가 물어보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이래야 한다는 얘기만 많이 했지. 북한 생각이 조금이라도 나면 환자한테 안 좋거든. 그건 기본이다. 의과대학 때 졸업할 때까지도 정신과가 메이저 과인 이유가 그거다. 그래서 지금도 정신과 교수들 만나고 있다.

(문) 운전을 해본 적이 있다고 하나

(답) 그렇다고 했다. 그런데 틀릴 수도 있다. “운전 잘 한다면서 왜 또랑에 빠졌냐”고 물으니 못 알아듣던데. 그 얘기하고 나서 바로 사과했다. 옛날 기억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질문이니까. 걸그룹 얘기하고 영화 얘기했고. 걸그룹을 매우 좋아한다.

(문) 다른 문화 콘텐츠를 좋아하는 것은?

(답) 계속 거기 있을 수 없으니. 짐 캐리와 모건 프리먼 나오는 영화도 봤다. 간호사와 얘기해보니 미드. CSI 같은 거 보고 있다. 한국 영화보다 미국 영화 좋아하는 것 같다.

(문) 회복할 수 없는 장애가 있을까?

(답) 영구적으로 갈 수 있는 게 있다. 흉터가 내장 안에도 남는다. 수술하고 나면 남는 것 자체가 흉이다. 장폐색은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다. 원래는 장이 미끄러워서 음식이 얹혀도 해결되잖아? 그런데 장이 들러붙으면 큰 음식물이 들어가면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져. 장폐색이 가장 치명적인 문제다. 그 외에 폐에 총 맞은 건, 내 경험에 비춰보면 잘 극복하리라 생각한다. 팔다리 장애에 대해선, 왼팔 절단할 뻔했다. 시커멓게 죽어있었다. 환자가 기껏 살았는데 팔다리가 없으면 얼마나 상심하겠나. 그렇게 되면 나도 가슴이 아프다. (울먹거리며) 일단 붙여봤다. 신경이 워낙 많이 다쳐서 양쪽 팔은 조심해야 한다. 근전도 검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걸 체크할 수조차 없다. 그래도 지금은 웬만큼 움직여. 못 걷는 일은 없을 거다.

(문) 병사 계급은?

(답) 그것도 군에서 발표할 거 같다. 처음에 나한테 왔을 땐 옷을 다 벗긴 채로 왔다.


▽추가 문답


(문) 청와대 7만 청원 어떻게 생각하시나? 응원한다는 내용이다.

(답) 예산 생겨도 중간에 다 빼갈텐데 뭐.

(문) 직접 호흡한 게 언제?

(답) 기관 삽관 뺀 것은 토요일. 인공호흡기 끄고 자기 힘으로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일요일 저녁.

(문) 지금 그 상태로 호전됐다고 하더라도 회복 빠르면 언제 무슨 일 생길지 모르지 않나.

(답) 며칠 있다가 병동 올라가는데 3일. 일반 병동 가서도 일주일 삽관 뽑고 나서도 열흘 정도 보통 있으면 안정화 되시는데 사람마다 워낙 달라서. 삽관 뽑고 코마 비슷하게 제정신이 아니다가. 제정신으로 돌아오기까지. 토요일 뽑고 일요일 저녁 제정신. 통상적인 범위라고 봐야 함. 어제쯤 돼서 제정신. 텀이 사람마다 달라서. 환자가 어느 정도 오랫동안 기관 삽관, 인공호흡기 해놨는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석 선장은 3주 인공호흡기 의존. 깨고 나서 입에 올리기 힘든 일 많았다.

(문) 환자 치료 과정에서 병원장은 어떤 역할?

(답) 병원장은 보건복지부, 군 수뇌부와 소통 많이 할 것.

(문) 병원장이 두 번 불렀나 세 번 불렀나.

(답) 두 번 불렀다.

(문) 병원장에게 스트레스 받은 이유가 뭔가.

(답) 환자 정보가 전혀 새나가지 않게 하기로 했는데 주의하라고 화를 좀 냈다. 병원장 순환기내과다. 신장동맥에 인텐트 넣는 사람. 하지 말라고 했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 의사들은 모두 목적 지향적 사람. “왜 언론에 나가느냐, 언론에 나가면 니 잘못이다”는 게 병원장 입장. 제 잘못 인정한다.

(문) 복강 수술 계획돼 있나

(답) 계획된 수술 중 복강은 없다. 정형외과는 많이 다친 사지가 많으니 자잘한 수술 남았다. 그래도 큰 건 끝났다.

(문) 석 선장 때는 병원비 문제. 손실 처리가 됐는데. 이번엔 어떤가?

(답) 환자 돈 생각하면 근무 못한다. 에이즈 환자 왔는데, 수술할 때 프로텍션 해야 하는지 안 해도 되는지 확인하는 시약도 못 쓴다. 시약도 삭감이라 안 해준다. 그거 생각하면 하루도 일 못한다. 월급 얼마나 깎여 나가는지도 모른다. 비참하잖나. 나도 사람이잖나. 월급에서 의료보험 삭감된다. 다 까는 건 아니지만 상당부분 까는데 잘 모른다. 돈도 돈이지만. 돈 까이는 것도 가슴 아프지만 사람이 비참해지지 않나. 뭐 같으니까 월급 깐다는 것 아닌가. 인센티브도 아니고 까이는 건데.

(문) 질문이 그런 차원인 것 같다. 예전 석 선장 때는 진료비가 아주대 병원에서 다 나갔는데…

(답) 나는 관여 전혀 안 했다. 잘 모르겠지만 삼호 주얼리 바로 1년 전 삼호 드림 있었다. 같은 잔당이다. 똑같이. 톤수 삼호 주얼리보다 작은 게 삼호 드림인데, 그때도 납치해서 7백만 불 뜯어갔다. 그 다음부터는 재밌으니까 한국 배는 잡기만 하면 돈 잘 주니까. 그때 삼호해운이 기고만장했다고요 삼호해운. 앞에서 죽어가는데 놔둘 순 없지 않나.

(문) 오모 씨는 신분적으로 북한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답) 북한에서 뭐했는지 북한과 연관될 수 있는 건 절대 질문 안 한다. 혹시 북한 내용 나올 수 있으니 신나는 남한 것만 틀어준다. 아플 때 기억을 주면 안 된다. 물어보지도 하지도 않는다. 의학의 원칙이다.

(문) 손이 단단하다고?

(답) 악수해보면 놀랄텐데. 한국에서는 그런 손 못 본다. UDT 특전사 이상이다. 손 가죽이 빨래판 수준이다. 이 친구 존경한다. 되게 잘 생겼다. 현빈 같다. 해병대 상륙 돌격형 머리다. “해병대 다시 갈래?”하니 군대 안 간단다.

(문) 당장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인데 동력이 뭔가.

(답) 일이잖나. 내가 이 일을 하는 한. 직업이잖나. 일이잖나.

(문) 열정인가?

(답) 아니다 내 나이가 몇인데. 보직 맡을 때까지만이다.

(문) 이곳이 이런 이벤트가 있을 때만 주목받는 것 같다. 후배 양성해야 하지 않나?

(답) 맞다. 그 말이 다 맞는데, 후배들보고 하지 말라고 한다. 한국에서 이런 거 하면 안 된다. 아메리칸 스탠다드 보고 배워야 한다. 그런 것들이 대한민국에 흔적으로 남아있어야지. 친미냐고 하는데, 아니다. 미국 기준을 배워야 한다. 외상센터 뿐 아니라 감기 배탈 설사 열로 사람 안 죽지 않나. 내과에서 골든아워 지켜야하는 게 있다 심혈계 질환같이. 심장과 혈관 질환을 따로 하는 게 그래서 그렇다. 응급실들이 있으면. 응급실 얼마나 끔찍한지 알잖나. 응급실 위에 외상과 심장/뇌혈관 센터가 있다. 이것들이 골든아워다. 응급실에서 기다리는 것은 환자 불편함의 문제지만. 외과 심장 뇌는 빨리 안 하면 한 시간 안에 죽어버린다. 그래서 그렇다.

(문) 야구봤다고 했는데?

(답) KT WIZ 응원하라고 푸쉬했다. 내가 야구 좋아한다. 야구가 뭔지는 알더라 같이 캐치볼하자고 했다.

(문)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건?

(땁) 일요일 저녁부터 겨우 대화. 중환자실에서는 사람을 약물에 절인다고 표현한다. 마취 진통부터 시작해서 마약까지 사람 못 버틴다. 난도질을 해놨는데. 사지 중에 삼지가 나갔는데. 양쪽 팔은 심각했다. 골반과 폐도. 약을 안 쓰면 죽는다 진통제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문) 간 기능은?

(답) 간 기능은 아직 안 좋다. 좋을 수가 없다.

(문) 정신이 좀 빨리 돌아오는 케이스인 것 같은데?

(답) 병동에 가더라도 계속 관리 해야 한다. 닦고 조이고 기름친다. 찍고 뽑고 검사한다. 계속 검사해야 한다. 증상이 나타나면 늦기 때문에 계속해서 봐야한다. 정상수준이라도 트렌드를 계속 봐야 한다.

(문) 삽관 뽑았던 게 빨랐다?

(답) 폐렴 때문에도 빨리 뽑은 게 있다. 폐렴이 너무 심하면 삽관을 빨리 뽑고 기침시키는 게 낫다. 시험적으로 뽑아봤다. 더 나빠지면 다시 넣으려고 했는데 그러진 않았다.

(문) 가족 얘기는 안 하나?

(답) 안 한다. 똑똑하다. 나한테 얘기해봐야 뭐하겠나

(문) 이전 환자들은 북한군에 총을 맞았나?

(답) 하나원에 있는 사람들은 저한테 안 온다. 육군 병원에 알아서 간다. 저한테 오는 사람들은 범주화가 되지 않나. 더스트오프팀 계속 보셨지 않나. 해군과 더스트오프 팀밖에 없지 않나. 영업하는 거 아니다. 더스트오프팀 해병대원들 치료하는 것만도 바쁘기 때문에 북한 사람이 오는 경우는 특수한 경우다. 더스트오프팀이 데려오는 사람만 한다. 저한테 오면 잘 안 새나간다. 북한군 치료한 거 모르셨지 않나. 그렇게 하니까 군에서도 믿고 환자 보내는 것이다. 늘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데 알권리 생각하면. 그럼 다친 군이 안 데려오지 않겠나. 수많은 해군 해병대원들이 다치고 죽는 경우 너무 많다. 정말 죄송한데, 오늘 사진 보여줄 때 쓸데없는 얘기 왜 하나 하는 생각 안 해보셨나. 그것 때문에 말씀드리는 거다. 해군 해병대 얘기 그래서 한 거다.

(문) 현재와 석 선장 때 비교. 여건 차이 있는지?

(답) 낯을 못 들겠다. 나는 빨리 잘려야 한다. 살기가 싫을 때가 많다. 죽고 싶다. 오늘 기상 어땠나? 좋았나? 출동했다. 비행시간 1만 시간 넘는 분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죽는 건 두렵지 않다는 것. 불구가 돼서 비굴하게 살까봐. 그게 제일 두렵다. 어차피 한번 사는 거 해본다는 생각. 왜 이렇게 상황이 안 좋으냐면, 허윤정 전문위원에게 외상센터만 세워주시면 다 살릴 수 있다고 했는데. 얼굴을 못 들겠다. 외상센터 15, 16개 있다. 환자 안 받는다. 전용했다. 계속 터져 나온다. 언론에서 다뤄주면 좋은 것. 자정 작용이 돼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안 들여다보기 시작한 지가 오래됐다. 더 가면 안 된다. 제가 아니라 언론인이 해주셔야 할 일.

(문) 우리나라에서 좋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적응하면 좋겠다는 얘기 했다. 이 병사에게도?

(답) 너 세금 많이 내야 된다 얘기했다.

(문)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봤나?

(답) 군대 18살에 들어왔다고. 지금 만으로 24살. 군대는 그만 있고 싶단다. 그래서 이제 공부하라고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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