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작곡가 사카모토 “내게 낯선 역사였지만… 작업하며 두차례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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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 음악 만든 일본인 작곡가 사카모토

영화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과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감독(오른쪽). 4일 자신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코다’의 일본 개봉도 앞둔 사카모토는 “2014년 암 투병 후 채식으로 건강관리를 한다. 큰 화면으로 제 얼굴을 보는 게 매우 부끄럽다”고 했다. CJ E&M 제공
영화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과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감독(오른쪽). 4일 자신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코다’의 일본 개봉도 앞둔 사카모토는 “2014년 암 투병 후 채식으로 건강관리를 한다. 큰 화면으로 제 얼굴을 보는 게 매우 부끄럽다”고 했다. CJ E&M 제공
영화 ‘남한산성’의 음악을 만든 일본인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65)가 9일 한국영화평론가협회로부터 영평상 음악상을 받는다.

‘마지막 황제’(1987년)로 동양인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그가 참여한 첫 한국 영화가 ‘남한산성’이다. 이 영화는 ‘The Fortress’(요새)란 제목으로 북미에서도 개봉했고, 이달 대만, 내년 일본 개봉도 앞뒀다.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그는 6월 정규앨범 ‘async’를 낸 뒤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근현대사 관련 영화에 참여해 보고 싶다”고 했었다. 그는 이번 ‘남한산성’ 작업에 대해 “한국 문화와 한국인에 대한 제 우정과 존경을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1637년)은 그에겐 다소 낯선 역사였다. 시나리오를 읽고 황동혁 감독과 대화를 나누면서 역사 속에 깊이 몰입해 갔다고 한다. 그는 작업 중 끝내 두 차례 눈물을 흘렸다고도 했다. “최명길(이병헌)이 청 황제에게 무고한 조선인들의 목숨을 살려 달라고 청하는 장면입니다. 김상헌(김윤석)이 자결할 때도 울었습니다. 인조(박해일)의 고결한 표정이 감명 깊었습니다.”

영화에 묘사된 차가운 설원, 고요 속 긴장감은 그의 전작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떠오르게 한다. 사카모토는 “‘레버넌트’의 진짜 주인공이 자연이라면 ‘남한산성’은 복잡한 인간 심리에 관한 영화”라면서 “그래서 더욱 감정적이며 드라마틱하게 접근했다”고 했다.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 씨와 알고 지내온 사카모토는 “한국 전통음악의 요소를 서양 음악, 전자음악과 결합시키는 것도 큰 도전이었다”고 했다. 그동안 가야금, 판소리, 타악기와는 친숙했지만 이번에 아쟁, 대금, 피리, 그리고 특히 정가(正歌)를 알게 된 것도 매우 기쁜 일이라고 했다. “현악기는 미국 시애틀, 서양 타악기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녹음했습니다. 뉴욕에서도 많은 작업을 했고요.”

치열한 전투 장면에 배치된 고요하며 감성적인 소리들이 인상적이다. “이미지들이 이미 폭력적이고 팽팽할 경우 이를 더 강조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조가 항복을 택하고 출성하는 장면에서 음악은 가장 처연해진다. 그는 “비극적이지만 단호하며, 개인적인 동시에 역사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했다.

사카모토는 “영화는 특정 시대와 장소로 나를 데려가 낯선 문화와 역사를 소개해주는 여행과도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남한산성’은 중국, 미국, 북한, 일본 사이에 위치한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며 인간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14년 이후 암 투병 중인 그는 매일 스트레칭과 요가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사카모토는 차기작이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이라고 귀띔했다. “지난달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꼭 다시 가고 싶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영화 남한산성#사카모토 류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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