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에 자금 모아 가상화폐 발행… “조달과정서 사기위험 커” 판단
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제재
업계 “해외로 법인 옮기면 못막아”

금융위원회는 29일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모든 형태의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조달(ICO·Initial Coin Offering)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런 내용이 담긴 유사수신행위규제법 개정안을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마련할 방침이다.
최근 해외에서 새로운 투자 유치 방식으로 떠오른 ICO는 주식시장에서 자본금을 모집하는 기업공개(IPO)를 본뜬 것이다. 기업이 자신들이 만든 새로운 가상화폐(토큰)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나눠주고, 대신 현금이나 기존 가상화폐(비트코인 또는 이더리움)의 형태로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최근 한 핀테크 업체가 ICO를 통해 10시간도 안 돼 200억 원 상당의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ICO 과정에서 투자 자금을 받고 잠적하는 등의 사기 범죄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앞서 중국 금융당국도 ICO를 금융사기 등 불법 공모 행위로 규정하고 이달 초 규제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소비자가 가상화폐를 취급하는 업자로부터 가상화폐를 사고팔기 위한 자금을 현금이나 가상화폐로 빌리는 ‘코인 마진거래’도 금지할 방침이다. 이 같은 거래 방식은 가상화폐에 대한 투기를 조장하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다. 정부는 최근 가상화폐 투자자의 개인정보와 거래 내용을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하는 규제 대책도 발표한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금융당국의 규제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핀테크 등 신산업 육성과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한 가상화폐 업체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국가 간 경계가 없기 때문에 법인만 홍콩 등 다른 나라에 등록하면 자금을 모을 수 있다”며 “현재 발행돼 있는 가상화폐만 1000개가 넘는 만큼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 열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