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북핵 평화적 해결”… 유엔연설은 여러 버전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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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북핵 외교전]21일 총회 데뷔-한미 정상회담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취임 후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전초전 격이었던 첫 정상회담에 비해 높은 긴장 속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로 안보 위기가 고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19일 오전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해 버리는 수밖에 없다”며 역대 최강의 대북 메시지를 쏟아낸 트럼프 대통령과 ‘평화’를 강조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다시 긴밀한 호흡을 과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잇단 정상회담 통해 ‘평화’ 강조

뉴욕 방문 이틀째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영국, 체코, 세네갈 정상 등과 잇따라 회담을 하고 평화적 방식의 북핵 해결을 강조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안보리를 중심으로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한편 북핵 문제가 평화적인 방식에 의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협력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함께 일관되게 ‘평화적 해결’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깡패 정권’으로 규정하며 ‘완전한 파괴’ ‘자살 임무 수행’ 등 최고 수위의 말폭탄을 쏟아낸 것과 달리 국제 공조를 통한 대북제재 및 압박과 함께 전쟁불가론을 설득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데다 남북한 양측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영국은 북핵 문제를 대화와 협상의 틀로 풀어나가는 데 중요한 조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청와대 안팎에선 나온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중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프랑스도 군사옵션 동원을 반대하고 있는 만큼 ‘평화적 해결’에 대한 영국의 지지를 확보하면 미국과 북한의 무력충돌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정상들과 협력 기반을 다지면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협조 기반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장에 불참하고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 등 다른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전날 유엔 사무총장에게 북핵 사태 중재를 요청한 문 대통령은 이날 사무총장 주최 오찬에 참석해 북핵 문제를 논의하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만나 “평창 겨울올림픽을 보란 듯이 성공시키면 안보 불안을 씻어내게 될 것”이라며 북한 선수단의 참여를 촉구했다.

○ 문 대통령, 유엔 기조연설 수위 고심

문 대통령은 21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도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한 규탄과 대북제재의 이행을 강조하면서 평화적 방식의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건은 발언의 수위다. 자칫 한미 정상 간 이견을 노출하는 것으로 비치면 한미 공조 균열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에 이어 열릴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미국의 첨단 무기 및 기술 도입을 통한 자체 대북 방위력 증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논의 등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 완료와 함께 3축 체계(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체계) 조기 구축과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한국에 남았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방위력 증강 등 한미 정상회담의 안보 의제 조율을 위해 20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이미 여러 버전으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연설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극히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미 언론에서도 “지나쳤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앞세우며 한미 간 이견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수현 대변인은 “미 대통령으로서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해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잘 보여줬다”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긴밀한 공조와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유엔총회#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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